저녁 어스름이 내릴 무렵 콜롬비아의 험한 산길을 버스 한 대가 덜컹거리며 달리고 있습니다. 과묵해 보이는 운전 기사 아저씨와 자리에 앉은 산골주민들이 있고 또 도시에서 친지를 찾아가는 이들도 함께 탑승해 있습니다.
산 중턱을 올라서자 안개가 자욱합니다. 그러자 외지 사람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합니다.
“이봐요, 기사 아저씨 지금 우리는 산을 올라가는 중이에요. 헌데 이렇게 시야가 가리워져 있으니 안개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갑시다.”
하지만 기사는 묵묵히 운전대를 잡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주민들도 시큰둥한 표정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안개는 더욱 짙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외지 사람들은 더욱 불안해합니다.
“이제는 도저히 안되겠어요. 기사 아저씨. 보시라구요. 지금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잖아요. 얼른 차를 세우라구요!!!!”
하지만 기사 아저씨는 그 말에 귀를 기울이기는 커녕 도리어 더 속도를 냅니다. 기사 아저씨는 운전대에 올린 두 손을 꼭 쥐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 보입니다. 주민들의 얼굴에서도 비슷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침내 안개 지역을 뚫고 달빛이 환한 지역으로 나왔습니다. 멀리 마을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기사 아저씨가 입을 엽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통과했습니다.”
그 순간 주민들의 입에서 일제히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외지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할머니가 입을 엽니다.
“이보슈. 저 기사는 우리가 가고 있는 산골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라오. 우리 중에 그 누구도 그만큼 길을 아는 사람은 없지요. 헌데 얼마 전부터 게릴라들이 주민들을 습격해서 약탈을 하곤 하는데 우리가 지나온 저 안갯길이 그들이 도사리고 있는 구역이지요. 거기에서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는 순간 그 버스는 약탈을 당하고 게릴라들의 총에 죽어간 사람도 숱하게 된다오. 하지만 우리 마을 주민들은 아직까지 그 약탈을 당해본 사람이 없지요. 왜냐하면 우리 기사가 그 곳을 지날 때면 오히려 더 속도를 내어서 통과를 하기 때문이라오.”
그제야 외지 사람은 그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해 낸 기사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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