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표징으로 자신의 믿음의 근거를 찾아 다닙니다. 믿을 만한 무언가를 보여주면 믿겠다는 것입니다. 과연 무엇이 그들을 ‘믿게’ 만들까요? 그들이 찾아다니는 믿음의 표징은 어떤 것일까요? 하늘에서 십자가 구름을 보면 그들의 마음이 바뀔까요? 태양이 뱅글뱅글 돌면 그것이 표징이 될까요?
이는 믿음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합니다.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마치 믿음을 하나의 물건처럼 간주합니다. 그래서 상응하는 가치의 표징이 있으면 믿음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마치 세상의 거래처럼 돈 될 만한 물건이 있으면 나의 돈을 주겠다는 일종의 거래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믿음은 그런 게 아닙니다. 믿음은 진실한 회개이고 성화의 노력입니다. 복음에서 드러나는 두 가지 예시가 그것입니다. 남방 여왕은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서 머나먼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솔로몬 여왕은 무슨 소리를 들었을까요? 솔로몬 임금이 맨손으로 바위라도 쪼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까요? 아닙니다. 솔로몬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지혜롭게 일을 처리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 뿐입니다. 그러나 남방 여왕은 지혜에 깨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얼마든지 현세의 재물을 희생할 용의가 있었습니다.
나아가 니네베 사람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뭔가 대단한 표징을 보았을까요? 요나가 하늘에서 불이라도 내렸을까요? 아닙니다. 요나는 기껏해야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회개를 외쳤을 뿐이고 니네베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뉘우치고 회개한 것 뿐입니다. 뭔가 대단한 표징이 일어났던 것이 아닙니다. 그저 한 예언자, 심지어 그마저도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는 예언자의 외침 소리를 듣고 그들은 기꺼이 회개를 한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표징을 기대하고 있을까요? 그러나 그 자체가 악한 일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보여 주시려는 것을 거부하고 내 욕구에 걸맞는 표징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악한 일입니다. 우리에게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고 그분의 교회가 있고 그분의 사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제가 외치는 메세지가 그들에게 표징이 될 것입니다. 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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