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과 이브가 처음 죄를 짓고 한 일은 '숨는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수치를 가리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들의 죄는 그들을 눈멀게 했고 그들이 스스로 하느님으로부터 숨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숨을 이유가 없었고 숨는다는 게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죄가 그들을 숨게 만들고 숨기게 만들었습니다.
죄가 세상에 퍼지고 난 이후에 사람들은 여러가지를 숨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의인들도 숨길 것이 생겨났습니다. 왜냐하면 죄인들은 의인들의 의로움을 올바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인들도 자신의 의로움을 숨기기 시작했습니다.
하느님은 모든 일을 보십니다. 즉, 하느님께는 숨은 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 숨은 일은 상과 벌을 예비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믿는 바에 따라서, 그리고 그 믿음의 근거에 따라 실행한 바에 따라서 상을 받기도 하고 벌을 받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니 안달할 필요가 없습니다. 때가 되면 모든 것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 동안 악인들 때문에 고통받던 의인의 고충이 드러나게 될 것이고, 반대로 의인들을 공격하던 악인의 사악한 의도가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머리에 재를 얹는 것은 바로 그것을 상기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를 가리고 있는 육신이라는 장막이 벗겨지고 나면 모두의 숨겨진 영혼이 발가벗겨지듯이 드러나게 될 것이고 그 안에 품고 있던 고결한 정신과 추악한 의도가 모두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세상은 그것을 숨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애써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을 합니다. 보이기 위해서 의로운 행동을 하지 않도록 굉장히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의 의로움이 하느님의 상을 얻기도 전에 드러나는 순간 우리의 상급은 모두 이미 세상에서 사람들의 칭송과 찬사로 인해 상을 받은 것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진 고결한 선을 최대한 숨기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합니다. 훗날 아버지께서 우리의 모든 노력을 후하게 되갚아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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