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의 관계 안에서 고심할 때가 많습니다.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서 부딪히고 싸우고 다투는 일이 흔합니다. 그리고는 '화해'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사실 모든 화해의 선결 작업은 하느님과의 화해입니다.
하느님과 화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요? 그것은 우리의 영혼이 기본적으로 선을 회복한다는 뜻이고 진리와 영원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이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람 사이의 화해는 소용이 없습니다. 그것은 일시적인 휴전일 뿐이고 내면에 불씨를 담아 놓은 채로 불이 꺼졌다고 스스로 위안삼는 것 뿐입니다. 언제고 다시 촉발될 싸움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셈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우리는 하느님과 올바로 화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우리의 내면 속에 진리와 선을 담을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합니다. 무엇이 더 참된 것이며 무엇이 더 선한 것인지 알아서 그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내면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영원에 대한 거룩한 두려움을 품고 세상일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을 바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서로 싸우다가도 쉽게 화해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내면에 악을 오래 품을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서로 부딪히지만 금세 화해합니다. 그들의 내면이 기본적으로 악에 심하게 물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다릅니다. 어른들은 악한 의도를 오랫동안 장기적으로 품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원한, 원망, 앙심이라고 부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다른 이를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그가 사랑스러워서가 아니라 그가 사랑하는 하느님,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의로워진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의로움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의로우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그분의 의로움을 나누어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혼에 의로움을 추구하는 우리는 의로움을 추구하는 다른 이를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교회입니다.
교회는 완전한 이들이 모인 공동체가 아닙니다. 교회는 하느님을 믿는 이들,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모인 공동체입니다. 최종적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다시 만나 기쁨을 나누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믿지 않는 이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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