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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의 공기

하느님의 은총을 가장 쉽게 비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공기’입니다. 공기는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하지만 뜨거운 물체를 만나면 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공기가 부족한 곳을 찾아 먼저 거기를 채워 넣지요. 또, 공기를 빨아들이는 이에게 그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제공됩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뜨겁게 기도하는 이, 열렬한 마음을 지닌 이를 통해서 하늘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그 기도를 받으시고 응답을 하시지요. 또한 은총을 빨아들이려는 이에게 그의 빨아들이는 능력에 따라 무한으로 제공됩니다. 은총을 빨아들이는 능력은 ‘사랑’이지요.

적지 않은 사람들은 바로 이 ‘흡입력’을 키우지 않고 다른 수단으로 은총이 자신에게 와 닿기를 바랍니다. 즉, 자신들은 그 어떤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은 채로 손쉬운 방법으로 좋은 것만 누리려고 하는 것이지요.

물론 그 방법이라는 것은 전혀 손쉬운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은 은총을 얻기 위해서 그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지요. 그러나 그것이 손쉬운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의지’를 변화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가지 기도와 외적 행위가 은총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이유는 그 행위자의 내면이 은총을 받아들일 준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1톤의 물을 쏟아 붓더라도 병에 뚜껑이 덮여 있다면 병 안에는 물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뚜껑이 열려 있는 병이라면 1리터의 물로도 그 병을 채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핵심을 놓치기 때문에 공연한 노력을 허비하는 셈이지요.

여러가지 신심 행위, 여러가지 교육과정은 우리를 은총 가까이에 두지만 핵심은 우리 자신이 변화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의지가 변화되어 하느님 앞에 겸손한 자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정반대로 행동합니다. 그런 여러 신심 행위를 거듭하고, 온갖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겸손은 커녕 도리어 ‘교만’해지기 일쑤입니다. 만일 우리 안에 진정 하느님을 향한 간절한 바람이 존재한다면 작은 성경구절 하나로도 충분히 그 은총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수많은 성인들은 여러가지 교육과정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소박하고 실천적인 삶 속에서 자신들이 암기한 성경의 한 구절 만으로도 오랜 시간 묵상을 거듭하곤 했고 그것으로도 자신들의 완덕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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