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야 여러분 가운데에 분파도 있어야 참된 이들이 드러날 것입니다. (1코린 11,19)
모든 사람이 하나된다는 것은 이 지상에서 그렇게 하고 싶다는 표현이지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상의 어떤 공동체든 분열이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내면에 든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공이 두 개 있는데 하나의 공은 밀납으로 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쇠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겉을 똑같은 색깔의 페인트로 칠해 두었다고 합시다. 강한 열을 쪼이면 쇠로 된 공은 멀쩡한데 밀납으로 된 공이 녹아 내려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밀납은 열을 견디지 못하니까요. 이처럼 공동체에 여러 사람이 섞여 있지만 강한 시련이 다가올 때에 속에 든 것이 드러나게 마련인 셈입니다.
본당이 시작되면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신부님, 아마 적지 않은 이들이 성당에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눈치를 보다가 새로운 본당이 들어서고 나면 나오기 시작하겠지요.”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많은 본당의 신축에 재정적으로 시달렸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고 다른 한 편으로는 신자들을 겁먹게 하는 교회의 현실과 또 신자들의 부족한 신앙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이든 저든 일은 시작될 것이고 본당은 꾸려져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수많은 갈등 상황이 일어나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마땅히 겪어야 하는 시련인 것입니다. 모든 이가 같은 내면을 지니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우리는 이 땅에서 걸러지게 될 것입니다. 마치 채로 모래를 거르듯이 우리는 고운 모래와 거친 모래로 갈라지게 될 것입니다. 성경에는 그물질로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좋은 물고기는 배에 담기고 나쁜 물고기는 바다에 버려지게 됩니다. 열매를 맺는 가지와 그렇지 못한 가지로도 구분하곤 합니다.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보듬어져 더 많은 열매를 맺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가지는 모아져 불에 태워질 것입니다.
분파는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분파가 생기기를 원해서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 참된 신앙인들은 더욱 하느님에게 다가설 것이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더욱 하느님에게서 멀어져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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