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너희에게 비를 쏟아 준다. 이전처럼 가을비와 봄비를 쏟아 준다.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 확마다 햇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쳐흐르리라.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리라. (요엘 2,23-26)
오늘날 인간들은 하느님 없이도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노라고 믿습니다. 사실이 그러하니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비가 오나 안오나 상관이 없고 바람이 불든 불지 않든, 가뭄이 오든 홍수가 나든 별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1년 365일 돌아가고 소위 성공한 인간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모든 것들이 ‘하늘’의 운에 달려 있었습니다. 농부는 곡식을 심고, 어부는 고기를 잡고, 사냥꾼은 사냥을 하지만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배려하지 않으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절로 하늘에 계신 분, 즉 하느님을 경외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과거 뿐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먼저 인간에게 다가서서 그들을 한껏 배불리 먹이십니다. 외적 내적으로 축복을 충분히 내려주십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면 인간은 지상에서 편히 지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을 돌보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인간은 하느님과 함께 머무를 때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특히 인간은 내적으로 영적으로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이 없으면 두려움과 불안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우리들에게 당신의 은총을 충분히 나누어 주시지요.
이렇게 하느님은 먼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베풀어주신 후에 인간들이 당신을 사랑하도록 기다리십니다. 먼저 사랑을 한껏 베풀어주신 다음에 인간들에게 사랑을 기다리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당신에게 사랑을 돌려드리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들은 하느님에게 감사 드리기는 커녕 스스로 교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부유한 이들은 더욱 재물을 모으고 쌓으면서 점점 더 하느님을 잊어가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몸이 편안하고 입에 먹을 것이 끊이지 않으니 하느님에게 감사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쾌락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러는 동안 가난한 이들은 더욱 극심한 가난을 겪기 시작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 넘치시고 자비로우신 분이지만 또한 정의로우신 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세상 안에 불의가 존재하는 것은 하느님의 자비가 정의의 실행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자비가 더는 어찌할 수 없는 순간 하느님의 정의가 밀어닥칠 것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정의 앞에서 그 속내를 낱낱이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날을 위해서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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