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톨릭 신자라는 규정부터 올바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세례를 받았다고 다 가톨릭 신자라고 하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문화적인 바탕 아래에서 세례는 받지만 신앙생활은 거의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래서 질문의 경우에 가톨릭 신자는 그나마 주일미사라도 꾸준히 나오는 젊은이들(넉넉잡아도 약 5퍼센트 남짓, 이 점에서는 한국 가톨릭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을 대상으로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젊은이들은 혼인성사에 대해서 지극히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맺는 계약으로 이혼이 없다는 것은 확실히 알지요. 하지만 그 밖의 구체적인 지식에 관해서는 ‘본당 사목구 주임’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얼마나 관심있게 혼인과 성사에 대해서 가르치는지에 따라서 그들의 이해의 척도가 달라지지요. 이는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적지 않은 이들이 혼인성사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 알지 그것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동반한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사실 젊은이들이 혼인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혼인은 그들이 죽기 전 하느님으로부터 저주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요.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혼인은 50이 훌쩍 넘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무책임한 젊은이들(주로 남자쪽)이 많고 혼인의 결심 자체가 불안하기 때문에 젊어서는 주로는 동거를 하는 것을 선택하고 서로의 성적이고 경제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정도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모두 태어난 아이들에게 돌아가지요. 불안정한 그런 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나게 되고 결국 엇나간 내면을 형성하고 마니까요. 어쩌면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로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②실제로 혼인성사를 준비하는 데에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며,
이에 대해서는 볼리비아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조금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볼리비아는 주일학교가 따로 없습니다. 최근 한국 사제들이 자신의 본당에 시범적으로 ‘주일학교’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사실 그런 시범적 제도가 전체 본당에 해당되기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만한 기본적인 역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볼리비아의 신앙생활은 ‘성사들’을 위주로 이루어집니다. 태어날 때에 받는 세례와 성체성사를 모시기 위해 준비하는 첫영성체반, 그리고 청소년기에 견진을 준비하는 견진반, 그리고 성인이 되어 받는 혼배성사가 있지요. 그 밖의 기간들, 즉 성사 준비를 위한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들은 거의 신앙 교육에서 제외되고 소외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교회 자체도 그런 소외 계층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사람들의 인식도 교회는 성사 받을 때 외에는 크게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그래서 주일미사를 절대로 나오지 않다가도 때가 되면 견진 교육을 받으러 오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지요.
그러한 가운데 혼인성사가 존재하고 그 준비기간이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의 주일학교와 같은 제도가 없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교리가 미비하고 또 다른 마땅한 교리교육 과정이 없기 때문에 이 혼배성사의 준비기간이 성인으로서 받게 되는 마지막 교리가 되고 그래서 그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입니다.
혼인성사를 준비하는 데는 각 본당마다 서로 다른 기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구에서 규정하는 것은 적어도 16주를 가르쳐야 한다고 하지요. 그러나 이는 볼리비아의 현실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한 데에서 오는 결정입니다. 적지 않은 이들은 합당한 교육도 받지 못했고 또 직업이나 기타의 이유로 16주간을 투자할 수도 없기 때문이지요.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사람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시간을 투자하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 되며 또한 시골 지역에 사제가 한 달에 겨우 한 번 미사를 드리러 찾아가는 곳에서는 혼배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소외된 지역(시골, 도시 빈민가 - 주로 한국 신부들이 사목하던 곳)의 본당 사제는 자신의 본당에 합당한 교육 과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제가 머물던 본당에서는 4일간의 연속된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혼배 교육을 대신해야 했지요. 그리고 사제가 한 주일의 시간을 투자해서 시골에 가서 지내면서 4일간의 교육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본당마다 그 현실에 합당한 교육 과정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16주의 교육은 시내 안쪽에 그나마 조금 사는 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이 되는 셈이지요.
③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한국교회처럼 혼인교리와 혼인면담을 거친 후에 혼인성사를 받을 수 있는지요.
당연히 혼인 교리를 하고 또 혼인 면담도 합니다. 혼인 면담의 목적은 혼인에 장애가 되는 것들을 올바로 살피는 것이지요. 교회가 정한 여러가지 사항들은 괜히 정해진 것이 아니라 혼인 당사자의 올바른 의도를 분별해 내기 위한 장치들이니까 절대로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장치의 벽들이 너무나 높아서 이제는 정말 하느님 앞에 하나로 살고 싶어하는 이들의 결심을 무너뜨리게 되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사목구 주임의 사목적 분별이 필요하게 됩니다. 안식일에 병자를 고쳐준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사제들이 필요하게 되지요. 사제는 사목적 배려와 교회법의 장벽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볼리비아에 있을 때에 교황님의 혼인과 사랑에 대한 권고가 나왔는데 이로 인해서 볼리비아 교구 안에서도 많은 교육과 나눔의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두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사목적인 배려를 높이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교회법을 어길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어쩌면 세계 모든 곳의 공통적인 경향이 아닐까 싶지만 특히 혼인이 어지러운 남미에서는 현실적이고 급박한 문제였지요. 혼인에 장애가 생기면 성체를 모실 수 없고 그로 인해서 사람들은 더욱 신앙에서 멀어져 버리게 되니까요.
④그리고 실제로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할 때 드는 성전 사용 비용은 얼마 정도 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혼인성사를 할 때에 성전 사용 비용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없습니다. 혼인 성사 자체로 비용을 받는데 그 비용이 200Bs. 였습니다. 볼리비아에는 교무금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사제의 구체적인 성사 활동과 축복예절로 그 비용들을 충당해야 했기 때문에 교구 자체에서 규정으로 혼배 미사에 200Bs.(약 3만원)을 받게 하였습니다.
한국 돈으로 3만원 밖에 되지 않아 얼마 안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그 사람들 가운데 가난한 이들에게는 적잖이 부담이 되는 가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때에는 제가 직접 나서서 그 비용을 탕감해 주기도 했지요. 그래서 그 이외의 비용을 따로 더 받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하지만 볼리비아도 시내 본당 같은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수령하겠지요. 이에 대해서는 저는 알 수 없습니다.
⑤또, 볼리비아 교회만의 특별한 혼인성사 문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교회 혼인 예절 자체에 볼리비아 지역의 특별한 문화라는 것은 크게는 없습니다. 혼인 성사는 교회의 보편 예식서 대로 진행하면 되지요. 다만 예식에 없는 부분을 가미하는 것은 사제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식 중간에 혼인 서약후 서로 키스하는 것과 같은 것은 예식서 안에는 없지만 사람들의 정서를 생각해서 충분히 시킬 수 있는 것이었지요.
한국은 혼인성사가 부차적인 느낌이고 예식장에서 하는 것이 주된 느낌이라면 볼리비아는 가톨릭 국가인데다가 제가 머무는 곳은 가난한 곳이라서 교회에서 하는 혼인이 더욱 주된 혼인이었습니다.
볼리비아는 성가대가 마땅치 않아서 결혼 행진곡을 틀기 위해서 휴대폰을 제대 마이크에 대고 MP3파일을 틀어주기도 했습니다.
혼인 예식이 끝나면 저마다의 풍습에 따라서 꽃을 뿌리거나 흰 종이 가루를 뿌리거나 쌀을 뿌리거나 하는 식의 예절을 저마다 행하곤 했습니다. 저로서는 그 부분은 존중을 하고 그저 지켜볼 뿐이었지요.
하나 특별한 풍습은 혼인 예절 중에 서로의 반지 뿐만이 아니라, 굵은 사슬과 같은 목걸이를 함께 목에 거는 것, 그리고 동전을 주고 받는 것이 끼어 있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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