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걸어야 할 길을 조언해주는 사람은 정말 소중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사람을 식별하기에는 눈이 너무 감겨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곁을 지나가도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병을 진단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명의라고 한다면 그 병의 근본 원인을 짚어내는 사람입니다. 병증의 외견만을 살피고 일시적인 해결책만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병의 깊이를 가늠해서 어디부터 본질적으로 치료해 나가야 할지를 아는 사람이 되어야만 합니다.
영혼을 살피는 사람의 가치는 바로 한 사람의 가장 깊은 내면을 바라볼 줄 아는 그의 시선에 있습니다. 악습에 자꾸만 빠지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식은 일차적으로 그 악습 근처에 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악습이 나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야말로 그에게 필요한 일입니다. 술병을 아무리 치워 놓아도 술을 찾아 헤메는 사람에게는 소용 없는 짓입니다. 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그의 육체와 영혼까지도 파괴할 수 있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깨닫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이 일의 전문가이십니다. 그래서 믿는 이들에게는 '시련'이 시작됩니다. 시련을 통해서 그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게 된 깨달음은 그에게 영원한 가치의 보석으로 자리잡는 법입니다.
돈을 잔뜩 벌어서 자녀의 마음을 쥐고 있으려고 하는 부모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그 말은 곧 돈이 떨어지면 나를 무시해도 좋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하느님을 올바로 알게 하고 그분이 명하시는 바를 온전히 가르치는 부모가 좋은 부모입니다. 그렇게 하느님을 알게 된 자녀는 하느님의 명에 따라 부모를 모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면 두려워하면 안됩니다. 주변에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겠지만 영혼은 평화 중에 머무를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백성이 많은 곳에서 하느님의 사도는 존중을 받습니다. 여기서 하느님의 백성이란 교적이 등록된 신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를 의미합니다. 교회 밖에 머무르고 있는 이라도 진리와 선을 쥐고 살아가는 이라면 얼마든지 하느님의 백성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교회 안에 있어도 그의 내면에 하느님의 뜻에 대한 감각이 살아있지 않다면 그를 어찌 하느님의 백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의사는 가운을 입었다고 의사가 아닙니다. 의사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 때에 의사가 됩니다. 사목을 하라고 파견되었지만 세속일에만 빠져 있는 사제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봉헌생활을 하라고 했더니 자신의 개인 생활만 추구하는 수도자는 수도자라 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을 알고 그분을 사랑하기 위해서 신앙을 시작하지만 하느님과 전혀 상관없이 살아가는 신자는 사실상 신자가 아닌 셈입니다.
갈리오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재판관입니다. 재판관은 범죄나 악행의 시비만 가리면 됩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의 사건에 대해서 그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그는 비록 아직까지는 세례를 받지는 않았지만 정의를 수행하는 하느님의 백성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수난을 앞두고 하느님의 백성은 애통해합니다. 그 가운데에는 이방인이었던 백인대장도 있었습니다. 세례를 받지 않았다고 그를 배척하겠습니까? 그는 모두가 외면하던 예수님의 모습 앞에서 그분을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고백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반대로 예수님의 수난을 조장하고 그분이 더욱 더 고통받기를 원하던 성전의 대제사장과 율법학자들, 바리사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고통을 보면서 자신의 더러운 탐욕을 즐기던 사람입니다.
결국 하느님의 백성의 고통은 거꾸로 그들의 상급으로 바뀌게 됩니다. 우리는 오늘날 수많은 순교자들을 기리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고통 당하셨지만 바로 그 고통이야말로 그들의 월계관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영혼이 천상에서 태어나면 사람들은 지상에서 겪어왔던 고통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우리는 이 지상에서 근심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느님의 얼굴을 가리워져 있고 우리 주변에는 어둠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말씀으로 마지막 위안을 드리겠습니다.
"내가 너희를 다시 보게 되면 너희 마음이 기뻐할 것이고,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그날에는 너희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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