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전능하시다는 것은 우리가 늘 고백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 전능함을 믿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세에서 하느님의 전능은 무능함으로 비추어지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사건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적인 생각에는 이런 부당한 사건은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의인이 아무 잘못도 없이 모함당하고 십자가에 못박히다니요. 말이 안되는 일이지요. 하지만 하느님의 전능함은 당신의 외아들을 십자가에 못박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악인들은 그 아래에서 축배를 들겠지만 결국 최종 승리자는 당신의 외아들이 되는 계획을 아버지는 가지고 계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의로움은 영원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일시적인 부당함은 사실상 부당함이 아니라 '시련'이라고 표현해야 맞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가니까요.
하느님은 전능하시고 또한 의로우신 분이십니다. 당신의 전능함 속에서 반드시 이루어질 의로움의 구도가 성모님의 노래 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교만한 이들을 흩으신다는 것입니다. 이건 조금만 생각을 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교만이라는 것은 결국 자기 스스로를 한껏 위로 끌어올리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마치 구약의 바벨탑과도 같은 것입니다. 높이 올라가는 모든 것이 그렇듯이 결국 그 높은 곳에 여러 사람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높은 자리는 최종적으로 오직 자신만이 서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교만이 계획하는 바 입니다. 그래서 교만한 사람은 언뜻 주변 사람들과 둘도 없는 친구처럼 보이겠지만 결국 자신의 이득에 취해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진실한 친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서로를 영적으로 걱정해주는 사람 따위는 교만한 이들 사이에는 없습니다. 그들은 언젠가는 짓밟아버릴 사람을 잠시 필요에 의해서 곁에 두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흩어집니다. 서로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무거운 것이 아래로 떨어지듯이 그리고 공중에 흩뿌린 먼지가 바람에 흩어지듯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은 흩어지게 됩니다.
통치자들은 왕좌에서 끌어내려집니다. 그냥 내려오는 게 아닙니다. 끌어내려집니다. 여기서 통치자란 권력을 사랑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것 역시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아닙니다. 모든 권력은 세속 사람들이 욕구하는 대상입니다. 그래서 1인자 밑에는 2인자가 있고 이 2인자는 언제나 1인자의 자리를 노리게 됩니다. 그래서 통치자의 자리에 머무는 사람은 머지 않아 다가올 권력 교체에 의해서 끌어내려짐을 당하게 됩니다. 권력에 심취해서 올라간 사람이 스스로 내려오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들은 끌어내려집니다. 이것이 그들의 비참함입니다. 절대로 내려오고 싶지 않은 곳을 끌려 내려와야 하는 비참함. 하느님은 권력에 빠져버린 이들을 위해 이 비참함을 준비해 두셨습니다.
반대로 비천한 이들이 들어높여집니다. 여기서 비천함이라는 것은 단순히 신분이 낮거나 가난하기만 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비천함이라는 것은 하느님만을 기다리는 이들을 말합니다. 이들이 세상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에 하느님 앞에서 들어높여지기 시작합니다. 마치 아래에 달려 있던 돌이 잘려진 가벼운 풍선처럼 이들은 하느님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물 속 깊이 밀어넣은 공을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면 그 즉시 떠오르듯이 이들은 하느님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세상에 그 어떤 미련도 없는 그들은 오직 하느님을 향해 비상을 시작합니다. 높이 더 높이 그들은 훨훨 날아오르게 될 것입니다.
굶주림이란 영혼의 목마름을 의미합니다. 구세주의 도래를 앞두고 하는 성모님의 노래는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사막에 있던 이들이 오아시스를 만나면 그리로 달려갑니다. 구원에 목마르던 이들이 구세주의 다가옴으로 그 목마름을 채웁니다. 말씀에 굶주린 이들, 가르침에 굶주린 이들이 그 목마름을 한껏 채웁니다. 주님은 원하는 이에게 좋은 것을 아낌없이 내어 주십니다.
부유한 자들은 빈손으로 내쳐지게 됩니다. 이는 실제적인 면에서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자신이 소유한 것을 모두 다 가져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그 어떤 것도 가져가지 못합니다. 바로 그 순간에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할 것입니다. 지니고 있던 짐을 벗는 사람과 미련 속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러나 세상의 부자 가운데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소유하는 것들은 곧 영혼의 집착의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그것들에게서 분리가 일어날 때에 영혼이 고통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입니다.
하느님은 영원 안에서 이 질서들을 준비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교만한 자가 되지 말고, 권력을 탐하지 말고, 부유함에 매달려서도 안되겠습니다. 오히려 하느님만을 바라는 비천함 속에 살아가며 구원과 말씀에 목마른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