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 놓인 세상은
그대로의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받아들인 세상'입니다.
성가책 한 권이 있을 때에
열심한 가톨릭 신자에게는 그것이 성가책이지만,
지금 추위로 얼어죽을 사람에게 그것은 불을 때워야 하는 땔감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 주변의 세계를
우리의 관점으로 꾸려 나갑니다.
사물에 대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는 많은 경우 외적인 것으로 타인을 '판단'해 버리고 맙니다.
실상 우리는 아무도 올바르고 합당하게 판단할 수 없음에도
매번 이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쫙 빼입은 옷을 입은 사람이 다가오면 극진히 대접하고
후줄근한 옷을 입고 오는 사람은 천대합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한 사람의 거지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성가신 존재'에 불과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우리 구원의 전달자'입니다.
누군가 땅에 반쯤 묻힌 다이아몬드를 알아보면,
그 땅이 얼마나 더럽든지간에 그 흙을 손에 묻히면서 보물을 파내어
그것을 씻으려고 노력합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죄인들, 나약한 이들, 어둠에 쌓여 있는 이들은 이러합니다.
이 가운데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질문이 존재합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우리는 예수님을 누구라고 생각하고 어디에서 찾고 있을까요?
행여 예수님은 '감실 안에 머물러 계시는 분',
'미사 때나 만나볼 수 있는 분'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우리 지극히 가까이 머물러 계십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대하던 이들이고,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우리의 멸시를 받던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위대한 예언자' 같은 존재로 치장하고
높이 띄우려 하지만,
사실 우리의 예수님은 수난당하고 죽으시는 분이십니다.
당신의 예수님은 누구십니까?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