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상을 마련하기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마태 6,2)

제가 하는 대부분의 일들에서 저는 상을 따로 받지 못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는 일을 나눌 때마다 사람들은 잘했다고 두둔을 해 주니 말이지요.

하지만 저에게 일이 그것 뿐인 것은 아닙니다. 진정한 일은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제가 나누는 일들은 많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것 뿐입니다. 정말 중요한 일, 외적으로 규모가 커서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의 내면을 성장시키기에 중요한 일은 말할 수 없는 일입니다. 거기에는 수많은 이들의 존엄도 걸려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선교사가 장례나 축복식을 한 번 가는 것이 무슨 대수겠습니까? 그거야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고 ‘밥값’을 하는 일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하는가 하는 것은 저마다에게 달린 문제이지요. 가기 싫어서 싫어서 온갖 짜증을 내면서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온 마음으로 가서 그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전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내면은 드러나지 않지요.

아무리 열의 없는 선교사라도 사진을 번지르르하게 찍어 놓으면 성인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냄새 난다고 아이들 근처에도 가지 않는 사람이 어느 날은 작정을 하고 좋은 사진기를 들고 와서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마치 자신이 늘 그런 일을 하는 것처럼 광고할 수 있지요. 인터넷에서 퍼 온 기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아이 사진을 올려놓고 ‘이 아이가 울 때 나도 운다’라는 중2병 멘트를 달면 다들 와서 ‘좋아요’를 눌러줍니다.

보다 실제적인 차원의 일은 내면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함부로 발설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잘못 사는 이들은 수치스러워서 말하지 못하고, 최선을 다해 사는 이들은 내세울 것이 없어서, 또는 도움을 주는 당사자들을 위해서 말하지 못할 뿐이지요.

받을 상을 다 받는 이들이 되지 않도록 합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다른 손이 모르게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기도를 골방에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 바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