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마태 1,22)
신학교 시절에 같이 ‘성무부’로 들어간 친구가 있었는데 성씨가 ‘임’씨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씨였지요. 그래서 한동안 농담처럼 ‘임마’라고 불리었습니다. (이건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히브리어에서 ‘임’은 ‘함께’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마누’는 ‘우리’라는 뜻을, ‘엘’은 ‘하느님’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천사들 이름 마지막에는 늘 ‘엘’이 들어가지요. 가브리엘, 미카엘, 라파엘…
예수님은 다양한 별명을 지니고 계셨는데 그 중의 하나가 임마누엘이었습니다. 물론 그 밖에도 사람의 아들, 메시아(구원자), 그리스도(기름 부음 받은 이) 등등의 많은 표현들이 있지요. 하지만 임마누엘은 특별히 강생의 신비와 더불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있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집에 주임 신부님이 찾아오기만 해도 난리가 나곤 합니다. 주교님이 오신다면 더하겠지요. 교황님이 오신다면 아마 동네가 난리가 날 것입니다. 실제로도 그러했구요. 볼리비아에 교황님이 오셨을 때에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는 그 때에 동기 신부들과 10년차 사제 연수를 갔다왔지요.
중요한 분이 함께 계시면 환경도 정리해야 하고 또 몸가짐과 행동거지도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주교님 옆에서 쌍욕을 해대는 사람은 없지요.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한 사람이 하느님과 함께 머무르는지 아닌지를 잘 알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삶이 정돈되어 있다면, 즉 그가 평화 중에 머무르고 차분하고 인내롭고 사랑할 줄 안다면 그는 하느님의 사람이고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머무르는 것입니다. 반대로 그가 어두움에 사로잡혀 있고 분노하고 시기하고 증오하고 악의를 품고 있다면 그는 하느님과 함께 있다고 입으로는 말할 수 있어도 실제로는 하느님과 상관 없는 사람인 것이지요. 사실 적지 않은 신자들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을 함께 모실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이 오신 이유는 그것이니까요. 그 누구에게도 위화감을 주지 않으시려고 지극히 나약하고 보잘것 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우리의 내면에 진정으로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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