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
인간 사회에서는 '노력'이 무척 중요시됩니다.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건 없다는 말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하다못해 모래 언덕을 하나 쌓더라도 아이들의 작은 노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하지만 노력이 '모두'는 아닙니다.
특히나 영적인 성장 과정에서 '노력'은 최소한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물론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영역이 있습니다.
일상 기도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거나,
말을 삼가고 신중한 태도를 연습하는 것,
성경을 필사하는 식의 활동들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러한 일을 해 내는 이들을 두고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로 우리 인간들 사이에서 오를 수 있는 영역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습니다.
영적인 여정에는 반드시 '은총'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손길,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표현될 수 있는 이 영역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습니다.
은총으로 선택받는 자들이 있고,
은총에 힘입어 어둠을 떨치는 이들,
은총으로 진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노력'으로 무장된 세상에서는 이 '은총'이라는 말은
마치 누군가가 낙하산 인사를 단행하듯이
정당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은총'에 뭔가를 맡긴다는 걸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구명정 하나 들고 크루즈선을 버리고 망망대해에 뛰어드는 느낌이니까요.
그래서 '은총'을 입은 이들을 심지어는 비난하기까지 합니다.
받아들이지 않고 인정하려 들지 않고 천시합니다.
참 어리석은 자들이지요.
인간은 '은총'을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단적인 예로 하느님의 용서는 그 자체로 '은총'입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젊은 시절 저질렀던 죄악을
하느님이 고스란히 되갚으려 드신다면,
우리는 육신 생명이 한 8-9개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은총을 거부하는 이, 은총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이는
하느님과 그의 한없는 사랑을 거부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러니 '은총' 없이는
영적인 여정에 들어서지조차 못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은총에 열린 마음을 지니십시오.
그리고 하느님이 여러분에게 선물하려는 것을 거부하지 말고 받아 들이십시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우리 삶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하느님의 '은총'의 산물입니다.
무엇을 받든 늘 감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