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도구
최고의 권능을 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어느 화가가 그림을 그린다고 할 때에,
그 화가의 진정한 실력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값비싼 화판에, 온갖 양질의 유화 물감과, 최고급 붓과 파레트들로 그리는 것일까?
아니면 종이 한 장에, 그저 연필이나 볼펜으로 후려 갈기는 방식일까?
하느님이 선택하는 건 후자의 방식이다.
그렇게 그려서도 더 나은 그림이 나온다면,
그것이야말로 화가의 실력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하느님께서 정말 말도 안되는 도구들을 고르시는 이유이다.
사제들이 재주가 뛰어나서 사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때로는 정말 말도 안되는 사람들이 사제가 되곤 하고,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놀라운 일을 해내게 된다.
그렇다 치더라도 도구의 선정 기준이 없는 건 아니다.
하느님은 '맑은 마음'을 지닌 세상의 약자들을 고르신다.
아무리 화가가 재주가 뛰어나도 젓가락으로 도화지에 그림을 그릴 순 없는 노릇이다.
맑고 투명한 마음이라는 것은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 된다.
이는 세상 안에서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온갖 화려함으로 겉을 치장하고는 정작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붓이 있다면,
하느님은 당장에 그 붓을 던져 버리고 말 것이다.
맑고 투명한 마음,
하느님의 '선하심'을 담아낼 수 있는 그 마음을 갖추도록 노력하자.
정직함과 겸손함으로 보이지 않는 자신의 내면을 가꾸도록 하자.
그 때에 하느님이 당신이 원하실 때에 그 사람을 쓰실 것이다.
요즘 들어 많은 사제들이,
이런 저런 '자격'을 갖추려고 많이들 노력을 한다.
신자들이 전문화 되어가니 사제들도 '전문화' 되어야 한다고 한다.
좋은 취지이다.
도구가 개선될수록 더 화려한 그림이 나올테니까.
하지만 '짠 맛'을 잃은 소금은 결국 사람들에게 짖밟히게 된다.
사제들에게 있어서 짠 맛은 하느님을 향한 열렬한 사랑이다.
그 짠 맛을 잃은 채로 그 어떤 화려한 외부적 장식을 곁들인다 하더라도
하느님께서는 그 도구를 과감하게 내동댕이 치실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사제는 '기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