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 혼배미사를 마치고 재정 위원회 모임을 하던 중이었다.
사무실에서 전화가 와서는 빨리 좀 와달라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갔더니, 혼배를 거행한 친척들이 사무실에 쳐들어와서는
돈을 돌려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참고로 우리 본당은 정시에 시작한다는 조건으로
200볼리비아노(한화 4만원 가량)를 보증금으로 받고
정시에 도착하면 돌려주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렇게 받은 보증금은 '사회복지회'기금으로
본당을 찾아오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쓰고 있다.
이 부부는 아니나 다를까 신부쪽이 10분 정도 늦게 도착을 해서
결국 15분에야 시작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그 중의 한 아주머니는 자기가 학교 선생인데
10분은 보통이라며 어딜 가나 10분은 다들 봐준다고 하며
이건 도둑질이나 다름 없노라고,
당장 돈을 내어놓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래서 우리 본당에서 규정한 내용을 잘 설명해 주며
여러분들이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생긴 이 돈은
우리가 한 푼도 쓰지 않고 정말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쓴다고 설명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그 돈을 손에 쥘때까지는 나가지 않을 작정으로 보였다.
나 역시도 괜한 오기가 생겼다.
200볼리비아노 따위, 나에게는 우스운 돈이었지만
이따위 인간들에게 내가 그 돈을 돌려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랑신부를 불렀다.
그리고 내가 설명한 것을 다시 설명하면서 내가 한 말이 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하라고 했다.
신랑이 '맞다'고 하면서 그래도 자신들이 가난하니 100씩 반띵을 하자고 하는 것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제 이네들은 혼배를 마치고 축하연을 벌일 작정이었고,
거기에는 어마어마한 돈이 술과 음악 장비에 탕진된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가난하니 돈을 돌려달라며
옆에서는 더욱 가관인 것이 '이제 이 성당 못나오겠다'고 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속에서 엄청난 분노가 폭발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고 싶은 대로 하쇼!' 고함을 질렀다.
'경찰 불러! 나 감방 갈 준비 되어 있으니까!!! 하고 싶은대로 해봐!
하느님이 이 혼배에 무슨 축복을 내릴지 모르겠네.'
주변에서 웅성대며 나의 이런 모습을 카메라로 찍으라고 쑥덕거렸다. 화가 더 났다.
그리고는 차를 향해 걸어갔다.
시동을 걸고는 다시 내려와서 그 부부에게 저벅저벅 다가갔다.
'가난하다고? 피로연은 뭐같이 하면서 가난하다고?
고작 200볼리비아노에 이렇게 주임 신부를 비난하고 공격을 해?
내일이면 당신들 이름을 온 본당 사람들이 다 알게 될거다.
보기 좋겠구먼 이게 무슨 창피겠어?'
그리고 차를 향해 돌아오다가 다시 돌아서서 고함을 질렀다.
'내 본당에서 다들 썩 꺼져 이 강도들아!!!!'
집으로 돌아와서 성체 앞에 무릎을 꿇고 화낸 것에 죄송하다고 아뢰고
묵주기도를 바쳤다.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지금 내 맘을 돌아봐도,
내가 뭘 잘못했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는다.
오히려 성전에서 상인들을 쫓아낸 예수님의 마음이 이해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