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기적, 이적, 치유, 신기한 일은
신앙생활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 쯤은 찾아다니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옆길로 새는 이들도 많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왜 기적을 행하셨는지 그 이유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적은 한 마디로, 하느님의 '사랑의 표현'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나는 곳은 기적이 행해지는 곳입니다.
그럼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나지 않는 곳은 어디일까요?
사실 창조물 가운데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나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하다못해 길을 가다가 만나는 작은 풀꽃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섬세한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는 피조물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사랑을 느낍니다.
하지만 단 하나 하느님의 사랑이 올바로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우리 인간들,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하느님의 창조물에만 집착하는 우리 인간들의 마음입니다.
우리들은 하느님이 아니라 그분이 만들어내신 창조물인 이 물질세계에 집착하면서
서서히 하느님을 잊고 그분께 찬양을 되돌려 드리는 일을 소홀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공허가 생기고 그 빈 공간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습니다.
기적은 바로 이 마음의 공간을 다시금 하느님의 능력으로 채우기 위한 것입니다.
오늘 10명의 나병환자들은 하느님의 사랑의 표현인 이 기적을 체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돌아온 이는 오직 한 명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말씀을 남기십니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나병에서 치유 받아 이미 구원을 받았는데, 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여기에서 우리는 구원의 2가지 의미를 이해해야 합니다.
하나는 우리가 세상 안에서 생각하는 구원입니다.
육의 해방입니다.
이는 병에 걸려 있던지, 자유를 구속 당했던지 하는 외적인 구속에서 자유롭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첫번째 해방은 필요한 것이지만 사실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성인들은 병증 중에 오히려 하느님을 찬양했고,
구속되어 있는 가운데에도 참된 자유를 누렸습니다.
진정한 해방은 바로 두 번째 해방, 즉 영의 해방입니다.
우리는 '죄'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죄'라고 표현되는 것은 단순한 계명의 어김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멀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을 잊고 그분에게서 멀어져 있다가
다시금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모시게 됩니다.
이 때에 진정한 두 번째 해방, 영의 해방, 참된 해방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진짜 기적은 이 때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9명의 나병환자들은 그걸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치유받은 건강한 육으로 얼마간 살다가 다시 죽음을 체험해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돌아온 이 1명의 이방인 환자는
진정 영으로 해방되어 벌써부터 천국의 평화를 누리면서 살다가,
죽어서도 영원한 삶에로 건너가게 되었으리라 확신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기적을 기다리십니까?
그저 성모상이 피눈물이나 흘리는 걸 기다리고 있다면
여러분 스스로 꾸짖으시기 바랍니다.
진정한 기적은 여러분이 마음을 바꿔 먹는 그 순간에 일어나지,
내 주변에서 아무리 피눈물이 흐르고, 구름이 십자가 모양을 하고,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하더라고
그것은 기이한 현상일 뿐, 참된 기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