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기적
사제가 이룰 수 있는 최대의 기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성변화'이다.
빵과 피를 축성해서 우리 구원자 예수님의 몸과 피로 만드는 기적.
그것은 모든 천상 존재들이 부러워하는 기적이기도 하다.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여러가지 일들 가운데에 단연코 '최고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능력을 소홀히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제가 헌신해야 하는 것은,
사람들을 이 기적에로 초대하고,
이 기적으로 인해 그들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이끄는 것이거늘
자신이 가진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심지어는 의심하거나
아예 찌든 일상의 지리멸렬한 과업으로 생각하려는 사제들이 적지 않다.
나아가서는 다른 기적을 찾고 기다린다.
충분히 이해는 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내 눈에서 벌어지는 기적을 믿지 못하는데
다른 곳에서 성모상이 피를 흘린들,
척수가 뿜어져 나오는 들 무슨 상관인가?
기적은 눈으로 체험하는 게 아니라,
'믿음'으로 체험하는 것인데 말이다.
솔직히 의심스럽다.
그런 눈에 솔깃한 '이적'을 찾아 다니는 신자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으로 '믿는다'고 하는 건 과연 무엇을 믿는 것인지...
그들이 일상 안에서 체험하는 '지루함'을 견뎌내면서
마음을 하느님께 돌이키는 걸 이해하는 것인지,
나를 성가시게 하는 이웃의 오류와 부덕함을 딛고서도
그들을 사랑해 보려고 노력하는 '참 사랑'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눈과 귀를 솔깃하게 해 주는 것들을 보고 들음으로써
그저 '믿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인지는...
진정한 신앙인들은 안다.
우리가 미사때 받아모신 예수님의 가치를.
그래서 그들은 이리 저리 찾아다니지 않는다.
그저 미사때 모셔온 예수님과 함께
오늘 하루도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겐 '향기'가 나게 마련이다.
사제들의 기적을 찾아라.
그리고 근처에서 만끽할 수 있는 그 기적을 누려라.
'믿음'을 지닌 자는 볼 것이요,
'믿음'이 부족한 자는 하느님께 청하라.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 주겠다'는
주님의 약속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