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루카 12,49)
불은 태울 것은 태우고 정련할 것은 정련합니다. 지푸라기나 나무조각이라면 타버리고 말고 은이나 금이라면 정련되는 것이지요.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은 지푸라기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것이라고 그것이 물질인 이상은 하나의 지푸라기에 불과하지요. 결국 최후에 다가올 주님의 불을 거치고 나면 한 줌의 재로 변해 버리는 것입니다. 반면 정련되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바로 내적 가치들이지요. 믿음과 희망과 사랑과 같은 복음 삼덕과 그 밖의 모든 가치들은 불을 통해서 정화되고 정련됩니다.
예수님은 활활 타오르는 불이었고 세상에 그 불을 전하러 오신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구나 그 불에 자신의 심지를 갖다댈 수 있었지요. 그래서 타는 불이 될 수 있었고 또한 다른 이들에게 불을 전해주는 이들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해공작이 만만찮았지요. 어둠의 영들은 합심해서 이 불을 끄려고 작정을 했었고 그렇게 첫 불이었던 예수님을 죽음으로 이끌어 갔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죽인 것은 원래 사라져야 할 것에 불과했고 또한 하느님은 한 술 더 떠서 그마저도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즉 예수님은 육신과 더불어 부활하고 만 것이지요.
우리는 ‘육신의 부활’을 믿는 이들입니다. 우리의 지금의 육신은 비록 한 줌의 흙으로 변하겠지만 훗날 우리는 새로운 육신을 받게 됩니다. 물론 그 육신이 어떤 것인지는 전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육신은 썩거나 무너지지 않는, 예수님의 불을 거쳐도 전혀 타지 않는 온전한 육신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의 불은 이미 믿는 이들의 마음 속에서 타오르고 있습니다. 물론 그 불이 온전히 타오르기까지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지요. 그리고 그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인 셈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