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이에게 가장 보람있는 일은 상대가 듣고 배울 때일 것입니다. 정작 가르치는 건 듣지 않고 선생에게 잘 보인다고 엉뚱한 선물을 들고 오는 것은 크게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가르치는 사람에게 가장 보람있는 일은 배우는 이들이 듣고 배운 것을 실천할 때일 것입니다.
이 본당에 머무르면서 정말 오랜 시간을 가르쳤습니다. 가르치고 가르치고 또 가르쳤지요. 하지만 매번 느끼는 건 엉뚱한 곳에다가 그물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한 두 마리가 걸려 올라오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헛된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냥 헛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물을 자주 던지는 동안 저에게 힘이 생겨났으니까요. 그물을 정비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그물을 던지는 기술도 더욱 정교해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손해 본 건 없는 셈이지요.
게다가 하느님은 저에게 고깃떼가 있는 곳을 알려 주십니다. 투망 기술도 확보되었고 고깃떼가 있는 곳도 알았으니 이제는 가서 그물을 던지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많은 시기를 투자한 곳에서는 정작 별다른 수확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긴 예수님도 고향에서만큼은 당신의 본래적인 사명을 다하실 수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스페인어로 교리를 가르치고 성경을 가르치면서 쉽지는 않았지만 더 핵심에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더욱 핵심적인 것을 더욱 간단하고 쉬운 표현으로 가르칠 수 있었지요. 다른 군더더기가 없어진 셈입니다. 왜냐하면 수사학적인 표현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었으니까요. 내가 아는 단어의 범위 안에서 가르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역으로 그것은 이곳 민중들의 마음에 복음의 메세지가 더 쉽게 전달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일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준비된 고기, 이미 충분히 무르익은 고깃떼를 거두어 들이는 것 뿐입니다. 열매가 익었으니 수확을 시작하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꾼이 늘 부족합니다. 주님에게 청해서 일꾼을 보내 달라고 해야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