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행하는 것과 모르고 행하는 것은 천지차이가 있는 법입니다. 모르면 아는 만큼만 하던지 정해진 룰에 따라서만 하던지 할 뿐입니다. 하지만 알게 되면 아는 대로 원하는 방식으로 마음껏 할 수 있게 됩니다.
공식만 알면 공식대로만 풀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원리를 알면 원리를 이용해서 원하는 공식대로 풀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늘나라의 교육을 받은 율법학자는 창고에서 옛 것도 꺼내고 새 것도 꺼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셈입니다.
많은 이들은 자신이 몸담은 종교에 대해서 모르는 채로 자신이 아는 공식만 뇌까리곤 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말은 몇마디 들어보면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신앙 초보들에게는 필요한 말들이기도 하지요. 신앙 초보는 그 공식조차 없으니 열심히 공식이라도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배움의 깊이를 더하려는 이에게는 원리를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영성생활이라는 것을 껍데기로만 아는 수도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이 성인의 공식과 저 성인의 공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본인 스스로 영성을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영성에서 가르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것을 살고 있었지요. 그저 껍데기만 봉쇄 수도자였을 뿐입니다.
하늘나라는 공식으로 가는 곳이 아닙니다. 원리를 알고 가는 곳입니다. 원리가 무엇이냐구요? 사랑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듣는 순간 ‘사랑의 공식’을 산출해 내려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정말 주일미사를 지키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지키지 않으면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게 되는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엄청난 공식 속에 갇혀 살아가는지 모릅니다. 무언가를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를 물을 게 아니라 그 안에 사랑이 있었나 없었나를 물어야 합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글에는 사랑이 있을까요? 행여라도 사랑이 없다면 왜 이 글을 쓰는 걸까요? 세상을 보이지 않는 것 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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