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강의해야 할 주제입니다. 먼저는 성찬례에 집중을 해야 하겠지요. 바로 미사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면 ‘식사자리’입니다. 하지만 뭔가 뜻깊은 식사자리인 셈이지요. 그러나 식사의 방식은 여느 그리스도인의 조금은 특별한 식사와 별다를 것이 없습니다. 먼저 사람들이 모여들고 먹기 전에 손을 씻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서로 도움이 되는 대화를 나누고 나아가 음식에 축복하고 하느님께 감사 드리고 몸에 양분을 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나서 서로 다시 할 일을 찾아서 나아가는 것입니다.
먼저는 서로 모여 안부를 나누는 것입니다. 그래서 식사는 그때부터 이미 시작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서로 모여 안부를 나누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식사를 나눌 사람들이 모이기 전에 먼저 화목한 것도 중요합니다. 서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같이 앉아서 밥을 먹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식사, 즉 미사는 이미 한참 전부터 준비되고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였으면 잘 씻어야 합니다. 손에 검댕을 묻히고 중요한 식사 자리에 함께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식탁도 이쁘게 잘 정돈해야지 식탁 위에 소 내장을 얹어둔다거나 쓰레기 더미를 쌓아두고 식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미사를 모시기 전에는 먼저 우리의 내면을 잘 씻어내어야 하는 것이지요. 큰 죄가 있다면 미사 전에 고해성사는 필수이고 나아가 미사 중에 작은 소죄 마저도 참회 예절을 통해서 깨끗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식사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밥으로 배를 채우는 것을 의미하지 않지요. 우리는 식사를 모임의 수단으로 쓰기도 하고 친교의 수단으로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식사 자리에서 주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요. 우리는 저마다의 삶의 자리에서 모여오지만 결국 주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입니다. 모임의 주최자, 이 식사를 마련한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미사에서의 독서들입니다. 그리고 복음과 강론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진정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다 뚜렷하게 알아듣는 것이지요.
주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으면 식사가 시작이 됩니다. 헌데 이 식사의 주재료는 뭔가 전혀 색다른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빵과 포도주이지만,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유대 과월절 만찬 식사의 재료가 보다 편한 것으로 바뀐 것 뿐이지요. 그것은 바로 어린 양의 고기와 피입니다. 그리고 그 어린 양에는 보다 깊은 의미가 담겨 있지요. 바로 ‘구원’입니다.
여기에서 이야기는 잠시 고대에 있었던 이스라엘의 역사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집트에서 수난을 당하던 백성이 하느님의 은혜로 구원을 얻게 되지요. 헌데 바로 그 구원의 날 그들이 사용했던 수단이 바로 어린 양이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양을 죽여 그 피를 문설주에 바르고 모여서 그 고기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집트에게 내린 마지막 재앙을 면하고 나아가서 그 재앙을 통해서 이집트의 종살이도 면하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미사 안에서의 빵과 포도주는 바로 이 어린 양을 상징하는 것이고 십자가에서 피를 흘려 죽으신 그리스도가 그 어린양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을 통해서 구원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미사를 올바로 참례하는 이, 그분의 말씀의 식탁에서 말씀을 받아 먹고, 성찬의 식탁에서 그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사람, 그것을 진정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전혀 색다른 체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구원’을 받아 모시게 되는 것입니다. 이전까지의 삶, 즉 죽음의 삶, 핍박과 억압과 속박의 삶에서 해방되는 것이지요. 이전까지는 죄의 종이었으나 이제는 ‘자유의 사람’,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이에게 ‘나눔’이라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나누지 않으면 도리어 이상한 사람이 됩니다. 이는 마치 여러분들이 정말 신기한 소식을 새로 접했을 때와의 마음과 비슷합니다. 그 소식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 안달이 나는 것이지요. 내가 정말 기쁘고 행복한데 이 기쁨과 행복을 다른 이들과 나누면 나눌수록 더 커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아가서 나누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미사를 진정으로 참례한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서 판가름 나기도 합니다.
물론 무엇을 나눌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한 주제가 됩니다. 무턱대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핵심적이고 소중한 것을 나누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것은 바로 복음의 메세지입니다. 바로 하늘 나라가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람의 아들이 죽고 부활한 것을 통해서 우리도 거기에 들어갈 기회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사람의 아들, 즉 예수님에게 다가오는 이는 바로 그 길을 걸어가게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바로 그 핵심을 나누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정말 필요한 일이라면 내 돈도 나누고, 내 시간과 노력을 모두 나누는 것이지요. 결국 나 자신을 나누는 것이고 내 생명을 나누는 것입니다. 그래서 친구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바로 이 주제를 내일 가서 강의해야 합니다. 물론 구체적인 면에서 보다 세세한 설명이 들어가겠지만 일단 기본 주제는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의 모임 자리이기 때문에 철없는 친구들이 한가득 있겠지요. 사실 거룩함에는 크게 관심 없고 그저 청년들이 모인다니 좋아서 가는 친구들이 많을 거고, 그 중에는 연애 대상 고르려 가는 친구들도 있을 거고… 최대한 마음을 하느님에게 모으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성찬례를 사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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