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잠자코 있었다. (루카 14,4)
알고 있고 마땅히 대답해야 하는 것을 대답하지 않을 때에 그 침묵은 비겁해집니다. 이 침묵은 경건의 표시도 아니고 그저 자신에게 성가신 일이 다가오지 않게 하기 위한 이기적인 침묵입니다.
자신의 양심 안에 깃들어 있는 진리와 정의를 알면서도 그 양심을 거슬러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더 클 때에 이런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그리고 그 자체로 불의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지요.
모두 가난한 이를 도와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 일은 자신을 성가시게 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모두 병자를 도와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 일에 자신이 개입되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이런 비겁한 침묵을 일상 안에서 많이 실천하고 있는 셈입니다. 굳이 가난한 이와 병자가 아니더라도 일상 안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가족과의 관계 안에서 엄마로서 아빠로서 자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사랑을 하지 않고 소극적이 되고 이기적이 될 때에 같은 침묵을 지키는 셈입니다.
일상 안에서의 이기적인 침묵, 비겁한 침묵은 결국 그 어떤 열매도 맺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만듭니다. 침묵을 통해서 사랑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라고 할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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