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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비교적 겸손해집니다. 자신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자신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죽음의 원인이야 알 수 있다지만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절대로 알 수 없고 분명 눈 앞의 시신은 멈춰 있는데 자신의 마음 속에는 아직도 그의 무언가가 남아 있고 남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치밀어 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무신론자라 할지라도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사제로서는 최고의 교리교육의 장소입니다. 한 인간의 죽음이라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교의 희망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망자를 눈 앞에 두고 하는 교리교육은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 앞에서는 부도 명예도 권력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지기 때문이고 사람들은 뭔가 해답을 찾으려고 귀를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죽음 이후에 한 인간의 영혼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에 대해서 생각해 볼 여지를 갖게 됩니다. 사람이 이를 마음에 두지 않으면 곧잘 세상 사정에 온 힘을 다 쏟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영혼을 돌보지 않는 인간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명예나 권력이 뛰어나도 무가치한 존재에 불과합니다. 영혼을 돌보지 않는 그가 가질 수 있는 최대의 가치는 지상의 사물 가운데에서 가장 나은 무엇보다도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영혼으로 마음을 돌이킬 때에 비로소 거기에서 하느님의 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수많은 재산이 그를 신앙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명예로움이 그를 신아에로 이끌지 않습니다. 외적 미모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서 그 미모가 그를 거룩함에로 이끌지는 못합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이를 제자리로 돌이킬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지요.

오늘도 장례를 한 건 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사람들을 가르쳤습니다. 모두가 다 제 말을 듣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이들이 공감을 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다 신경써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도와주고 왔습니다. 모쪼록 그들이 현세의 지나가는 삶을 통해서 천상의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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