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모래를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습니다. 모래는 만능이었지요. 내가 만드는 대로 구멍이 생기고 언덕이 생기고 하니까요. 그렇게 만든 땅에 친구들과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곤 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더욱 멋진 장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댐을 만들고 물을 가두고 흘려 보내고 배를 띄우고 하는 놀이를 했지요.
저는 백화점 같은 곳을 가면 늘 장난감 코너를 둘러봅니다. 장난감은 아직도 제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아직 어린이 마음인게지요. 헌데 거기에서 ‘가짜 모래’를 만났습니다. 뭔가 특별한 액체가 섞였는지 모래 비슷하면서 모래가 아닌 무엇이었습니다. 사가지고 가서 집에서 가지고 놀라는 말이었겠지요.
하지만 뭔가 어색하고 이상했습니다. 만지는 느낌도 이상하고 모래를 장난감으로 산다는 것도 이상한 느낌이었습니다. 놀이터에 가면 있는 게 모래였는데 그걸 집으로 가지고 가서 그걸로 혼자 뭘 할 수 있을지... 아마 나중에는 ‘가짜 물’도 팔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벌써 팔고 있을까요?
함께 어울려서 놀지 못하는 아이들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매 가정마다 하나씩의 자녀를 두고 애지중지하며 곱게 자란 아이들이 ‘사회’를 이루고 ‘공동체’를 이룰 때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 걸까요? 어쩌면 벌써부터 그 징조가 드러나고 있지는 않을까요? ‘나’에게 집중한 아이들이 서로 저마다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하지만 아이들의 정신은 여전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해방구를 찾고 놀이터를 찾습니다. 지금은 ‘온라인’에서 그 욕구를 해소하고 있지요. 그들은 인터넷을 자신들의 주무대로 삼고 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놀이터에서 몰아내어 그들은 자신들만의 놀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 놀이터는 안타깝게도 특정 어른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한 배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요. 그리고 부모들의 통제권을 벗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더 멋진 삶을 선사하겠다는 의도로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 더 ‘많은’ 교육을 시키기는 하는데 그 이면에 아이들의 순수함을 빼앗고 그들의 평범한 놀이공간을 빼앗고 있는 건 아닐까요? 뒤늦게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고 걱정을 해 보지만 과연 어른들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수 있게 허락하기나 한 걸까요?
한국을 떠나온 지 8년이나 되어서 지금은 어떤 모양새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자식을 키워 보지도 못한 지라 저에게는 제가 어린 시절의 기억과 남미의 순수한 아이들의 기억이 더 많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과연 지금의 한국 아이들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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