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마태 9,15)
신랑과 함께 있는 것과 신랑을 빼앗기는 것,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물론 제자들에게는 명백한 문제였습니다. 그들은 구세주인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시간을 보내었지요. 그래서 그들에게는 기쁨이 가득한 나날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따로 재(齋)를 지킬 필요가 없었지요. 그리고 신랑을 빼앗기는 날도 분명합니다. 예수님께서 수난에 들어가고 죽음을 당하던 그 시간들이지요. 제자들은 그 시간 동안 따로 재를 지킬 이유도 없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어야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에게는 이것이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신랑과 함께 있는 순간은 언제이고 신랑을 빼앗길 날은 언제일까요?
물론 우리들에게는 교회력이 있어서 기쁨의 시기, 슬픔의 시기, 평화의 시기가 분명히 나뉘어져 있습니다. 대림과 사순은 다가올 주님의 탄생과 부활을 기다리며 우리 자신을 정비하는 시기이고, 성탄과 부활은 세상에 오신 주님, 영원한 생명을 얻으신 주님을 기뻐 맞이하는 시기이지요. 그리고 연중시기 동안 우리는 일상생활 안에서 신앙을 유지하고 키워 나갑니다. 이러한 시기 속에서 대림과 사순 동안 특별히 재를 지키곤 하지요.
하지만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단순한 외적인 형태의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가 성당을 다닌다고 해서 늘 주님과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마음으로 주님에게서 멀어질 때가 있습니다. 은총의 가장 가까이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은총을 알아보지 못하고 멀어져 있는 경우가 있지요. 단식은 바로 그 때에 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음이 메말라서 더는 내적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시기, 우리가 어두움에 빠져 있는 시기, 우리에게는 수많은 시기들이 있으며 우리는 이 모든 어두움의 시기 속에서 단식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단식이라는 것을 단순한 외적 행위의 준수로 보아서는 안됩니다. 참된 단식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의 정당한 것을 포기하고 내어바쳐 스스로 불편을 참아 견디면서 내적 정신을 다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단식을 해야 하며 그러한 단식 안에서 다시 영혼의 힘을 회복할 수 있게 됩니다.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에는 단식을 하게 될 것이며,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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