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더 왕성히 활동하니 빛을 비추는 측에서도 더 열심히 해야지요. 그게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일이니까요. 어둠은 싸우게 만들고 빛은 사랑하게 만듭니다. 우리의 아버지는 일하고 계시는데 우리가 쉴 생각만 해서 되겠습니까? 관상생활의 우아함이라구요? 참나... 그건 도대체 어디서 나온 믿음이랍니까? 관상생활이 우아하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사람이 관상에 접어들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일순간에 무시하고 '조용하게 수도원이나 들어가고 싶다'라구요? 수도원이 생각처럼 조용한 곳인줄 아십니까? 아마 들어가보면 깜짝 놀라실 것입니다. 여러분이 제멋대로 상상하는 수도원은 발리의 해변가나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이 오히려 더 가깝습니다. 거기서는 별달리 할 일도 없고 휴가 기간 동안 먹고 쉬고 관광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삶을 휴가를 위해서 나온 게 아닙니다. 우리의 삶은 '학교'입니다. 기회가 되는 동안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나중에 그것을 써먹어야 하는 것이지요. 헌데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요? 자신이 대학 교수라고, 전문 직업인이라고 이미 충분히 배웠다고 착각하는 사람만큼 불쌍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오히려 가장 배우지 못한 이들입니다. 인생이라는 것에는 겉으로 내세울 수 있는 스펙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실제의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엄청나게 더 풍부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셈입니다. 대학원 박사 과정을 따고서도 그 교만 때문에 내 가족 하나 올바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의 그 스펙이 무슨 소용이랍니까? 차라리 겸손하고 우직하게 제 할 일을 하면서 사람들의 일치를 꾀하는 시골 노인이 더 지혜로운 법입니다.
- 성체를 손으로 모시는 게 신성모독이라는데 사실인가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습니다. 일단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체를 입으로 직접 받아 모셔왔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주님의 수난 만찬때에 제자들과 모여 함께 나눈 빵을 제자들이 무릎을 꿇고 입만 벌리고 받아 모셨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손으로 빵을 받아서 나누어 옆의 동료들에게 나누어가며 먹었습니다. 하지만 성체에 대한 공경이 날이 갈수록 더해 감에 따라 부스러기 하나라도 흘리지 않으려는 극진한 공경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제단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입을 벌리고 받아모시게 한 것이지요. 그러다가 신자들의 수가 너무 많아지고 또 입으로 모시다가 자꾸 사제의 손에 침이 발리니 위생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손으로 받아 모시게 한 것입니다. 사실 한국과 같은 곳은 입으로 받아 모시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거의 전부가 손으로 받아 모십니다. - 그럼 그런 표현을 하는 사람은 왜 그러는 건가요? - 제가 보았을 때에는 성체에 대한 극진한 존경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성체를 공경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좋지만 손으로 모시는 사람을 잘못되었다고 할 필요는 없지요. 여기서는(볼리비아에서는) 입으로 모시는 사람과 손으로 모시는 사람의 두 부류가 있고 둘 다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입으로 모시는 이들의 혀가 제 손에 자꾸만 닿는 것은 분명히 사실이고 이는 굉장히 비위생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입으로 모시는 것이 성체를 흘리고 떨어뜨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모시는 것이 보다 안정적이지요. 다만 손으로 모실 때에는 미사 전에 손을 깨끗이 씻고 왼손 아래에 오른손을 받치는 올바른 자세를 갖추고 왼손으로 성체를 받아 뒤의 사람이 앞으로 나와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옆으로 살짝 비켜나서 성체를 모셔야 합니다. 성체를 모시고 나서 손에 남은 부스러기를 함부로 다루지 말고 입으로 가져가서 혓바닥으로 깨끗이 처리할 필요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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