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축복식

- 너 성사 안보냐? 죄 지은 거 성사 봐라. ㅋㅋ

시작은 이런 장난스런 상인들의 멘트였습니다. 동양인 가톨릭 사제가 왔으니 서로 죄에 대한 농담을 장난스럽게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응해 주었습니다.

- 아니, 성사 안보셨어요? 아니 우리 중에 성사 안봐도 되는 사람이 있나요? 죄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신앙에 대해서 너무 서투르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앙은 우리가 원할 때 취하고 내던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근본입니다. 신앙에 대해서 장난스럽게 대하지 마시고 조금은 진지해 지세요.

조금은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말하고 난 뒤에 다시 웃었습니다. 농담스럽게 이 예식을 대하던 이들이 조금은 진지해졌지요. 그리고 예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시장 축복식에는 창세기의 말씀이 등장합니다. 한국에도 축복 예식서가 주제별로 다 마련되어 있고 이곳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을 읽고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 하느님은 모든 것을 좋게 만드셨습니다. 하느님은 상행위도 축복하셨지요. 인간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이들이니까요. 헌데 이 상행위 가운데 누군가가 조금 더 벌고자 하면서 죄를 짓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땅히 주어야 할 분량을 주지 않고 무게를 속이고 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이곳에서 얼마든지 거룩한 상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찾아오는 고객의 편의를 돌보고 그가 정말 원하는 물건을 제값에 사도록 도와줄 수 있지요. 그것이 하느님이 바라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이는 절대로 ‘일용할 양식’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을 섬겨서 그렇게 하기보다는 ‘돈’을 더 섬기고 있지요. 돈에 대한 탐욕으로 장사를 시작하는 셈입니다. 누구든지 하느님과 돈을 동시에 섬길 수는 없습니다. 한 쪽을 섬기면 다른 한 쪽을 무시하기 시작하지요. 돈을 섬기는 사람은 반드시 하느님을 무시하게 마련입니다. 돈에 대한 탐욕이 하느님을 찾는 열정을 무디게 만들어 버리지요.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러분이 하는 일에 마음을 쏟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은 그렇게 장사를 하는 가게에 축복을 그치지 않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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