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적극성"
지나친 적극성은 늘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교회의 일 가운데 그렇게 적극적으로
열을 내어서 해야 할 일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우리의 희망은 '부활'에 있는 거니까.
사제로서 일을 하면서 가끔씩 그런 사람들이 찾아온다.
뭔가 굉장히 중요하고 급한듯이 상황을 조성해서 오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
방금도 한 부부가 찾아왔다.
어제 다른 신부님의 말로는 혼배를 하고 싶은데 세례를 받지 않았다는 거였다.
오늘 아침에 우루루 몰려와서는 '결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죠?'라고 묻는다.
그래서 상황이 어떤가를 물었다.
남자쪽이 견진도 첫영성체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분명 어제 말로는 세례도 받지 않았을텐데, 왜 그 말은 빼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세례는 받았느냐고 물으니 신부쪽은 받았는데 신랑쪽은 받지 않았다고 했다.
역시나 어제 왔다던 그 부부가 맞았다.
'그럼 내년에 견진 교리 듣고나서 혼배하면 되겠군요...'라고 운을 띄우고는,
이런 성급한 혼배의 동기를 물었다.
"왜 교회에서 혼인하려고 하세요? 세례도 받지 않았는데?"
"외국에서 일해야 되어서 나가야 하는데, 교회혼 서류를 요구해서요."
그럴 줄 알았다.
조용히 이야기했다.
"교회는 서류를 위해서 일하지 않아요.
교회는 여러분의 영혼을 위해서 일하죠.
직장 문제로 서류가 필요하시면 행정적인 쪽으로 알아보세요.
이렇게 해서 혼배를 서둘러 거행한다고 여러분들에게 좋을 게 전혀 없어요."
그랬더니 조용히 돌아간다.
언젠가 조금이라도 영적인 것에 관심이 생길 때 돌아오리라 믿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