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전환
전에는 마냥 순진하게만 세상을 바라보았다.
'신부님'이라고 하면 다들 거룩하고 성경만 읽고 하느님하고 제일 가까운 줄 알았고,
'교수님'이라고 하면 다 아는 줄 알았고,
'어르신'이라고 하면 다 체험하시고 언제나 나를 지지하고 이해하는 넓은 포용력을 지니신 줄 알았다.
전혀 엉뚱한 길을 헤메는 신부도 있고,
자기 전문분야만 알고 지혜롭지 않은 교수도 있고,
어른도 결국 고만고만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건,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서다.
결국 '참된 지혜'를 갖지 못하면 모두 길을 잃게 된다는 걸 알았다.
제 딴에는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겠지만,
진정 지혜롭고 겸손한 이들은 벌써 그네들 위에서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한다.
우리는 충분히 갖췄다.
이제는 철이 좀 들어야 할 때인데,
아직도 어린 애들이 하는 놀이와 별반 다를 게 없이 살아가는 어른들이 많다.
땅따먹기, 구슬치기 하는 어린아이들 보았는가?
결국 내 땅도 제 땅도 아닌 땅을 두고 서로 더 갖겠다고 다투고,
선 조금 다르게 그었다고 화를 내고,
어른이 되어서는 언제 그러고 놀았는지도 모르는 구슬 하나 더 먹겠다고 온 힘을 다 쏟고,
그러다가 소위 '세상의 현실'이라는 것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진짜 '현실'은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훗날 다가오게 될 이 진정한 현실에서는
우리가 열중하던 많은 것들을 다 내던져야 한다.
어린애가 계속 놀겠다고 우기면,
결국 어머니가 준비한 영양많고 맛있는 저녁밥을 못 먹게 되는 것처럼,
우리가 이 세상의 것들을 찾겠다고 우기면,
결국 하느님이 준비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마음을 조금 돌이키는 게 여러가지로 유익할 것이다.
이걸 두고 '회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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