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건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책임감 있게 밥을 먹어야 합니다.
밥 먹을 자격
먼저는 밥 먹을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아주 어린 아이라면 그 책임은 부모에게 있습니다. 자녀를 먹여 키워야 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지요. 하지만 어른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저마다 제 밥벌이를 해야 하지요.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아야 하는 법입니다.
밥 먹을 준비
밥을 먹을 자격이 있으면 먹으면 됩니다. 하지만 먹기 전에 준비를 잘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잘 먹어야 하고, 뒷 정리도 잘 해야 합니다. 잘 준비된 음식을 먹고 싶은데 준비하는 게 귀찮으면 돈을 내고라도 잘 준비된 것을 사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충 먹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밥 먹을 재료
재료를 잘 선별하지 않으면 결국 그 상한 재료가 몸을 상하게 합니다. 그러니 요리할 재료를 잘 준비해야 하고 기한이 지난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을 채워 놓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밥 먹는 방법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합니다.(제가 제일 못하는 부분이네요.) 음식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씹어 먹어야 합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미각은 필요한 데 쓰라고 주신 것입니다. 미각은 음식을 즐기는 데에 쓰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 앞에 정성스레 차려진 음식을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식사의 시간은 ‘나눔’의 시간입니다. 가톨릭 사제 처럼 혼자 사는 게 아니라면 함께 있는 이와 시간을 나누는 방법도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음식만을 먹는 게 아니라 함께 있는 시간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겠지요.
밥 먹은 후에
식사를 하고 나면 뒷처리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이를 이행해야 합니다. 바로 ‘설거지’이지요. 아내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도맡아 한다면 좋은 일입니다. 남편은 그런 보살핌 속에서 대신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겠지요. 하지만 둘 다 같은 상황이라면 저마다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먹고 난 뒤에는 깨끗이 해 두어야 그 밖의 난처한 상황이 생기지 않습니다. 음식 찌꺼기가 말라붙은 접시는 닦기가 두 배로 힘들어집니다.
밥 먹을 자격도 없이 밥을 축내고, 준비도 하지 않으면서 밥을 먹으려 하고, 엉뚱한 재료를 써서 몸을 상하게 하고, 아무것도 즐기지 않으면서 대충 먹고, 먹은 후에 뒷처리를 전혀 하지 않아 더러움이 집안을 가득 채운다면, 바로 밥을 먹는 행위를 통해서 죄를 짓는 것이 됩니다.
‘밥’이라는 자리에 다른 여러 인간의 욕구를 집어 넣어도 비슷하게 성립이 됩니다. 밥을 먹는 건 죄가 아닙니다. 하느님이 만드신 것 중에는 보시니 나쁜 것이 없었습니다. 바로 ‘어떻게 먹는가’가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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