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어리석은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루카 11,39-40)
겉은 꾸밀 줄 알고 속은 꾸밀 줄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다못해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옷매무새를 만질 줄 알면서도 자신의 내면의 차림새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주 깔끔한 모양새를 하고 와서 가난한 이들을 내려다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교만’이 자리하고 있음을 모르는 셈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모두 같은 형제라는 ‘우정’의 가치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자신 안에 ‘탐욕’이라는 씨앗이 너무나 깊게 뿌리를 박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는 내면을 전혀 돌볼줄 모르면서 겉으로는 아주 고상한 척을 하는 사람이지요. 의외로 이런 이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집안을 어떻게 치우고 어떻게 장식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의 내면 사정에 대해서 무엇을 치워내야 하는지 또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그냥 일이 일어나게 둡니다. 악은 악대로 자라나게 두고, 선한 것은 질식시켜 죽여 버리고 말지요. 그러니 마음밭이 똥밭이 됩니다. 아름다운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겉으로야 멀쩡한 사람들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만나보면 그에게서 냄새가 납니다. 내면이 강인하고 절도있고 온화하고 아름다운 향을 풍기는 사람, 또 툭하면 타인을 험담하고 시기하고 작은 비판에 흔들리고 악한 의도를 잔뜩 가진 악취를 풍기는 사람. 우리는 그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외적 모습에 현혹되어서 냄새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의 외적 지위 때문에, 그의 외적 명성 때문에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가섰다가 뒤늦게 크게 뒷통수를 맞기도 하지요.
우리는 내면을 가꿀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외면도 보살피는 방법입니다. 내면이 정돈되지 않은 채로 외면을 아무리 깔끔하게 꾸민다 해도 그것은 겉치레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내면이 안정되어 있을 때에 비로소 외면도 나름대로 정돈할 수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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