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마음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을 떠올려 보십시오. 아마 그는 여러분이 최근에 가장 마음을 쓰고 기억하고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마음의 거리입니다. 물리적인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천국에서 사람을 마주하는 거리입니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지요. 물리적으로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가장 늦게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는 법입니다. 아니, 오히려 혐오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지요. 그렇다면 그는 참으로 거리가 먼 사람인 셈입니다.
하느님을 떠올리려고 노력해 보십시오. 그것이 여러분과 하느님의 거리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가까이 너무나도 가까이 계시지만 우리가 하느님을 멀리 떨어뜨려 놓은 셈이지요. 천국의 거리는 바로 이러한 것입니다. 지복직관이라는 것은 저마다 동일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지닌 하느님과의 거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자신이 가진 애정도에 따라서 받는 사랑의 양은 충분할 것입니다. 그래서 천국에서는 그 누구도 슬프거나 불행하지 않습니다. 시기도 질투도 없고 저마다 자신이 지닌 사랑을 바탕으로 하느님의 은총을 즐길 뿐입니다.
훗날 우리가 마주하게 될 세상은 정말 신비로울 것입니다. 거기에는 시간도 공간도 없고 다만 영원과 애정의 거리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미 그 영원의 시간은 지금부터 시작되었고, 이미 그 애정의 거리는 지금부터 우리가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둔감한 이들에게는 여전히 물리적인 거리가 중요하게 느껴지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이가 가까이에서 떠난다고 하면 슬퍼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정말 사랑한다면 절대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닌데 말이지요.
제가 전에 머물던 본당의 철부지 교리교사들은 제가 본당을 떠난다고 했을 때에 심지어는 울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 머물러 있지요. 그러니 그 물리적인 거리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아마 여기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겠지요. 하지만 진정 하느님 안에서 우정을 구축한 이들은 서로 갈라지지 않는 법입니다. 왜냐하면 저마다 하느님을 통해서 가장 가까운 거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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