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여정은 ‘환상이 깨어지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마냥 기쁘고 좋을 줄 알았던 신앙생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할 때, 참으로 상냥하고 친절해 보였던 동료가 나에게 칼을 꽂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에, 믿었던 신부 수녀님의 나약한 모습, 심지어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에 우리가 지니고 있던 신앙의 ‘환상’은 깨어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이렇게 점점 환상이 깨어지면서 반대로 드러나게 되는 것은 바로 신앙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환상은 마땅히 깨어졌어야 하는 것입니다. 환상은 실제하지 않는 것을 우리 멋대로 상상한 것 뿐입니다. 그리고 본질은 드러나야 합니다. 본질은 변함없는 것이고 영원한 것이고 찬란히 빛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는 드높이 들리워야 하고 영광은 수난의 뒤로 겸손되이 물러가야 합니다.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을 가로막는 수많은 가림막들은 치워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똑똑히 보고 배울 수 있고 길을 걸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환상이 아닙니다. 신앙은 현실입니다. 그 무엇보다도 생생한 현재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무너지는 것이 있다면 껍데기일 뿐입니다. 신앙이 무너졌다고 하는 사람은 그 껍데기가 무너졌다는 것이고 참된 신앙을 지닌 사람은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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