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

어제 본당의 한 교사에게 직분을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사실 받아들일 때부터 한 가지 조건으로 받아들였는데 결국 그것이 문제가 된 셈이지요.

구체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조용한 것 같은 선교의 일상이지만 실제로는 내적으로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일은 지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얼마 전부터 지인들이 평화방송으로 볼리비아의 모습을 봤다고 연락을 해 오는데, 사실 그건… 겉으로 비춰지는 모습들일 뿐이지요.

사제가 성체를 들어 올릴 때에도 그 안에는 온갖 내적인 움직임이 용솟음칩니다. 정말 하느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을 향한 열정을 담아서 들어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쩔 수 없이 일이라 들어올리고 있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요. 그 밖에도 여러가지 다른 구체적인 사안들 안에서 내적으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것들이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텔레비전 화면에 담길 수 없지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선교사의 모습은 ‘외진 곳에서 말과 문화로 고생하는 모습’만 나올 뿐입니다.

어제 교리교사 하나를 보내면서도 실제로는 그 내적으로 참으로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걸 다 꺼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지요. 하느님 가장 가까이 지내면서 가장 하느님 멀리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의외로 교회 안에 이런 이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