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마태 5,41)
누군가가 악의를 품고 다가오면 절대로 그와 맞서면 안됩니다. 오히려 그가 우리의 희생적이고 선한 행동 앞에서 더는 악한 의도를 지닐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 복음의 가르침입니다.
의지는 단순한 사물이나 물건이 아니라서 그 순간으로 끝나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악의를 지닌 사람은 그 악이 상쇄되도록 온전히 감싸 안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악한 의지가 마지막까지 다 채워질 때까지 그는 악한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예수님의 이 가르침이 모든 사람에 대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악인에 대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선하고 정직한 사람이라면 ‘강요’ 하지도 않을 뿐더러 자신에게 정말 솔직히 필요한 것을 청할 뿐이고, 그렇다면 그 요구는 그대로 들어주면 된다는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우리는 악인의 손아귀에 걸려들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평소의 삶을 정갈하게 가꾸고 악인들이 활동하는 곳을 스스로 삼가하고 피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악인에게서 완전히 멀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기회가 생기게 되고 그들과 얽히게 되는 일이 생기지요.
바로 그때에 예수님은 우리에게 지침을 주시는 것입니다. 즉, 악인들의 요구에 두 배의 선으로 응답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악을 본질적으로 상쇄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수님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십자가에 돌아가신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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