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에 주님께서 지나가시는데,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할퀴고 주님 앞에 있는 바위를 부수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람 가운데에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뒤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지진 가운데에도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간 뒤에 불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불 속에도 계시지 않았다. 불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1열왕 19,11-12)
하느님은 바람 속에도, 지진 속에도, 불 속에도 머무르시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아주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우리에게 속삭이십니다.
바람은 이리 저리 휘몰아치는 세파의 움직임을 상징합니다. 누가 죽었고, 어떤 사고가 일어났고, 정치적으로 어떤 것이 화제이고 하는 모든 것들이 바로 바람을 뜻합니다. 갈대는 바람에 따라서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하느님의 뜻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지진은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의미하고 우리의 두려움을 상징합니다. 직장을 잃는 두려움, 죽음의 위협, 관계가 파괴되는 두려움 등등이 때로 우리를 위협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목소리는 그 두려움 속에도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불은 격정, 분노, 진노 등을 의미합니다. 누군가를 향한 원한과 분노에 사로잡힐 때에 우리는 마치 불처럼 속이 타오르는 것을 느끼곤 하지요. 심지어는 의로운 일을 한다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이런 ‘격정’에 사로잡혀서 일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과거가 대표적인 케이스이지요. 그는 격정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래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죽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지나가고 나서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비로소 우리에게 말을 건네십니다. 그분의 목소리는 너무나 섬세해서 우리가 세상의 바람에 정신이 팔려 있거나, 두려움의 지진에 흔들리고 있거나, 격정의 불 속에 사로잡혀 있을 때에는 듣지 못하는 목소리입니다.
우리는 침착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것들은 지나갑니다. 그리고 우리의 내면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 조성한 것들 뿐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침착함을 회복하게 된다면 마침내 조용히 말씀을 건네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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