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라는 것은 한 인간을 요모조모 따져서 그의 최종적 운명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수술대에 환자를 올려놓고 그를 최종적으로 진단하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일은 가장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들은 수술대 앞에서 어린아이와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사람의 외면을 바라다 볼 뿐 그의 내면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수술칼을 들고 그에게 다가서면 자칫 그를 낫게 하기는 커녕 크나큰 상처를 입힐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구원에 관한 심판은 오직 하느님에게만 유보된 행위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만이 한 인간의 전부를 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아 숨쉬는 동안 서로를 사랑해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가운데 이미 서로를 심판하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을 바라보는 식별, 분별과 심판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우리는 관찰할 수 있고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 인간에 대해서 희망을 가져야 하고 최종 심판은 하느님의 손에 맡겨 두어야 합니다.
한 사람이 도둑질을 합니다. 우리는 그의 도둑질을 관찰할 수 있고 같은 행위를 반복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이런 저런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한 도둑질로 인해서 그에게서 희망을 빼앗아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죄인입니다. 하느님이 우리가 잘못하는 순간마다 우리를 심판하고 처단하셨다면 우리 가운데 살아남아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로 살아남았고 다시 하느님에게로 돌아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죄인들일 뿐입니다. 우리의 주님은 인자하시고 자비로우신 분이십니다. 따라서 우리도 그 인자와 자비를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분별은 해야 합니다. 누군가 옳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괜찮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는 올바로 분별하고 그를 위해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심판은 하느님의 손에 맡겨야 합니다. 심판에 관한 한 우리들은 전적으로 무능력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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