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빨대와 같은 존재입니다. 어디에 꽂혀 있는지에 따라서 무엇을 빨아들이는지가 결정되지요. 세상에 꽂힌 사람은 세상을 빨아들이고 반대편으로 세상을 쏟아냅니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세상을 들이마실 수 있습니다. 즉, 세상의 트랜드와 관심거리가 그에게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지요.
반대로 거룩한 것, 하느님에게 꽂힌 사람은 하느님을 빨아들이고 반대편으로 하느님을 쏟아냅니다. 그에게 다가서면 ‘하느님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사람입니다.
어디에 자신을 꽂아두고 살아가는가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빨대 건너편에 있는 것을 만들어 낼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어디에 꽂힌 채로 살아갈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빨대는 자신이 꽂힌 것을 닮아가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물건들을 저마다의 위치에 놓아두고 사용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됩니다. 걸레는 더러운 곳에 두고 갈수록 더 더러워지며, 반대로 고급스런 식기는 아름다운 곳에 두고 매번 닦아서 광을 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가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면 갈수록 세상을 닮게 됩니다. 세상의 헛된 관심거리에 마음을 두고 마음이 갈수록 공허해지지요. 반대로 우리가 하느님과 더불어 살아가면 갈수록 하느님을 닯게 됩니다. 우리의 내면이 보다 더 정화되고 거룩한 일들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과업이 일순간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매 순간을 살아갈 의무가 주어지지요. 그리고 그 동안 우리는 결정을 하고 우리의 근거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새로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느님과 더불어 꾸려나가는 하루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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