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께서 민족들 사이에 재판관이 되시고, 수많은 백성들 사이에 심판관이 되시리라.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 (이사 2,4)
제가 정말 기다리는 세상입니다. 오직 하나의 진리이신 분이 계셔서 그분이 모든 것을 살피시고 다스리시기에 사람들이 서로 다툴 일 없이 다만 서로 도와 열심히 일하는 세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구절입니다.
우리가 서로 다투는 이유는 서로의 이기성이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이기성이 충돌하는 이유는 우리가 서로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나의 오른손과 왼손은 전혀 다투지 않습니다. 때로 오른손의 작업량이 왼손보다 많더라도 나의 오른손은 투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익숙한 그 손으로 나머지 몸이 이롭게 되도록 더 많은 일을 하지요.
우리가 훗날 이루게 되는 하느님의 나라는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을 머리로 삼고 다른 모든 이들이 서로 협력하고 일치하는 세상을 말합니다. 오직 하나의 뜻이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전혀 다투거나 싸울 일이 없습니다. 그분이 원하시는 일이라면 그것이 곧 나의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지상에 살아가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올바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하느님의 나라를 연상하면서 오류를 범하곤 하지요. 왜냐하면 결코 나의 지금의 이 지상에서의 뜻을 하느님의 고귀한 뜻과 일치시킬 수가 없는 탓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지혜롭고 현명하고 세상의 가장 많은 지식을 품고 있는 이라고 해도 하느님의 영원한 지혜에 가 닿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우리가 무지하다면 우리의 뜻을 포기하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더 쉽겠지만 반대로 우리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하느님을 어리석은 위치에 놓아 버리기 때문에 일치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싸웁니다.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사실 더 많이 싸웁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모으고 쌓아둔 것에 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이미 가진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더욱 다투고 싸워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이미 여기서부터 시작된 하느님의 나라에서 하느님의 자녀들은 서로의 필요를 살피고 돕고 사랑하면서 기쁘게 살아갑니다. 그리고 세상의 자녀들은 그것을 시기하고 탐내고 망가뜨리려고 들지요.
하지만 결국 우리의 하느님은 마지막 날 심판관으로 나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에는 사람들이 숨길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을 것입니다. 가장 완전한 올바른 심판이 벌어지게 될 것이고 그때에 마음이 맑은 이들은 기뻐하고 즐거워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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