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알면서도 그분을 하느님으로 찬양하거나 그분께 감사를 드리기는커녕, 오히려 생각이 허망하게 되고 우둔한 마음이 어두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지혜롭다고 자처하였지만 바보가 되었습니다. (로마 1,21-22)
하느님을 아는 것이 지혜이고 하느님을 모르는 것이 어리석음입니다. 하느님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세상의 모든 지식을 두뇌에 쑤셔 넣는다고 해서 지혜로워지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교만과 이기성의 발로일 뿐이지요.
사실 우리는 그런 예를 무수히 보고 있습니다. 저 수많은 정치인들은 저마다 나름으로는 내세울 만한 학식과 바탕이 있음에도 그들은 탐욕과 어리석음의 수렁으로 빠져들어가곤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느님, 즉 진리와 선과 사랑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알 수 없어서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탐욕과 이기성으로 인해서 알면서도 그것을 거부할 뿐입니다. 담배를 피는 모든 사람은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담배가 좋기 때문에 그것을 피우는 것이지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양심이 있어서 선한 양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의 이기성과 탐욕으로 인해서 조금씩 오류와 악에다 그 자리를 양보하면서 결국 악한 사람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특히나 교회 안에 생활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자신의 욕심과 야욕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은 더더욱 교묘한 악으로 빠져들고 맙니다. 그들은 주일미사에 꼬박꼬박 나오고 평일미사도 챙겨 나오겠지만 그들의 내면의 어두움은 전혀 사라지지 않은 그대로입니다. 결국 외적인 신앙의 격식이 내면을 늘 새롭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로써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런 외적인 요소에 극도로 충실한 사람일수록 다른 이들을 쉽게 심판하고 아주 사소한 불편도 참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실 그들은 종교 활동을 훌륭하고 고상한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삼는 이들입니다. 밖에서 얼마든지 즐길 활동들을 신앙 안으로 끌고 들어와서 고상하게 즐기려는 자들이지요. 그들은 언제나 자기들끼리만 모이고 자신들의 일에만 집중하고 다른 이들을 서로 이간질 시키고 싸우게 만드는 이들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마음의 욕망으로 더럽혀지도록 내버려 두시어, 그들이 스스로 자기들의 몸을 수치스럽게 만들도록 하셨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진리를 거짓으로 바꾸어 버리고, 창조주 대신에 피조물을 받들어 섬겼습니다. (로마 1,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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