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잇돌이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전체가 잘 결합된 이 건물이 주님 안에서 거룩한 성전으로 자라납니다. (에페 2,20-21)
흔히들 성전이라고 하면 ‘건물’을 바로 떠올립니다. 그래서 ‘성전 건축’이라고 하면 건물을 얼마나 높고 화려하고 값지게 짓는 가를 걱정하지요. 바로 거기에서 수많은 오류들이 양산되기도 합니다. 건물을 짓다가 사기를 당하거나 힘들어하는 신자분들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다가 성당을 떠나게 되는 이들도 많지요.
진정한 ‘성전’에 대한 그릇된 개념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교회의 외적 건물은 공동체를 위해서 분명 필요한 일이긴 합니다. 그것이 전혀 필요가 없다거나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전혀 아닙니다. 공동체가 외적 환경으로부터(비, 바람, 추위, 더위) 피해서 모여 고요한 가운데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은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성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불리는 성전입니다. 교회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그에 소요되는 것이 존재하지요.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몸이며 바람직한 의미의 ‘성전’인 것입니다.
그 성전은 개인적인 차원과 공동체적인 차원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개인적인 차원으로 우리 모두가 하나의 성전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안에는 성령께서 머무르셔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성령을 모신 거룩한 성전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성당에 더러운 부착물을 허용하지 않고 성전 안에서 지나친 세속적인 일에 대한 것은 삼가는 것처럼 우리는 개인적인 차원으로 우리를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만드는 생각과 행동들을 올바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성령의 궁전으로 합당한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욕을 한다거나 지나치게 과음을 한다거나 다투는 행위를 삼가고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공동체적인 차원의 성전은 바로 우리의 ‘공동체’를 말합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하나된 지체를 말하지요. 그래서 그 지체들은 그리스도의 명에 순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무엇을 바라시는지, 그것을 합당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 올바로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어느 개인의 생각이나 어느 기득권 집단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잘 분별할 수 있도록 깨어 있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민주주의적 체제를 지칭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오류가 있고 때로는 그 오류들이 모여서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지체는 ‘하느님의 뜻’에 깨어 있는 이들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스승은 오직 한 분 예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모퉁잇돌이신 그리스도가 계시고 또 그분의 가르침을 직접 실천해서 살아오신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가 튼튼합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는 바로 그런 풍부한 신앙 유산을 바탕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거룩한 성전을 이룹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늘 하느님의 뜻에 겸손해야 하고 언제나 분별력을 바탕으로 올바른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은 언제라도 이 돌들에서도 아브라함의 자손들을 만드실 수 있는 분이시라는 말씀 그대로 실천하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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