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12제자들의 첫 사목활동은 '선교'였다. 내용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서 정리를 해 보겠다.
능력
더러운 영에 대한 권한
조건
둘씩 짝지어 가기(공동체, 친교)
지팡이, 신발, 단벌옷(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 이외에 아무것도 들고가지 말 것(빵, 여행보따리, 전대에 돈, 여벌 옷 - 물질적인 것에 의존하지 않기)
선교의 지침
도착하는 고장에 처음 들어가는 집에 머무르기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고하기
선교의 방식
파견
회개의 선포
마귀를 쫓아냄
병자의 치유
이로서 몇 가지가 명백해진다.
모든 주교님들은 기본 '선교사'이다. 이분들은 각자 일하기 시작하는 그 나라에 파견된 예수님의 대리자로서 '더러운 영에 대한 권한'을 지니며 마찬가지로 사제들도 이 '권한'을 나누어 받는다. 따라서 우리 사제들은 '더러운 영'을 다스릴 권한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분별하고 사람들에게서 몰아낼 수 있다. 다만 더러운 영들에 길들어버린 이들이 사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이 때에는 분명하게 경고를 해 주어야 한다. 주교님과 그와 일치한 사제들은 무엇보다도 '일치'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 사제들은 반드시 주교님의 말씀에 '순명'해야 하고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두 사람씩 짝지어 주었다는 것은 이 '일치'를 표상한다. 사실 살아본 이들은 알지만 두 사람이 마음을 모은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며 천상의 은총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일단 마음이 하나가 되면 두 사람은 서로의 약점을 보듬어가면서 세 사람 또는 그 이상 못지 않은 일을 해낸다.
사제는 기본적인 품위를 유지하는 것 외에 그 어떤 세상적인 것에도 기대서는 안된다. 사제의 기본 사명을 물질적인 것을 바탕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물질이 제공하는 안락에서 자신의 영을 보호해야 한다. 사실 사목자로서 일하면서 쉽사리 재화가 주는 안정감에 기대기 쉬운 우리들이다. 노후 걱정에도 사로잡히곤 한다. 우리는 이러한 걱정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보다 본질적인 사명에 헌신해야 할 것이다. 하느님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 사람은 '안정'을 추구할수록 도리어 하느님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는 '믿음'이며 믿음은 현세적 안정에 정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원한 생명 - 부활'에 대한 우리의 신앙은 결코 현세의 풍요로움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리저리 옮겨다니지 않는 것은 중요하니, 파견을 받아 처음 들어가게 되는 그 곳의 사정이 어떠하든 더 높은 권위의 명이 따로 있기 전에는 그 곳에 머물러야 한다. 이는 비단 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단 사목자로서 양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하기 시작하였으면 거기에 마음을 써야지 마음이 이리저리 흐트러지면 안된다. 그리고 이런 주님의 일을 함에 있어서 분명 반대자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니, 사제는 모든 이를 똑같이 사랑도 해야 하지만 사도들이 발의 먼지를 털어보인 것처럼 그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경고도 전해 주어야 한다. 이 말인즉슨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행동은 오히려 신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엇나간 길을 걷는 이에게 분명한 경고를 해 주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자신의 유명세와 같은 것은 포기해야 한다. 따끔한 충고를 하는 사제를 세상은 미워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며 우리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그가 배나 두드리고 거짓 평화에 머무르게 하는 게 아니라 그를 진정한 차원의 평화, 주님이 주시는 평화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제가 해야 할 일은, 파견에 순명하고, 말씀을 선포하고 가르치며, 마귀를 쫓아내는 미사와 그 밖의 성사행위를 하고, 병자로 대표되는 아쉬운 이들의 사정을 돌보는 것이다. '말씀'과 '성사'와 '애덕의 실천'의 이 세 가지는 사실 하나로 잘 묶여 있으니 사제가 이 세 가지 것들 중에 하나에 온전히 헌신한다면 나머지도 절로 뒤따라오게 마련이다. 성실히 말씀을 가르치는 사제가 성사를 소홀히 하거나 가난한 이들을 무시할 수 없고,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서는 사제가 말씀과 성사의 기반이 없을 수 없다. 성사를 성심성의껏 준비하는 사제도 마찬가지로 나머지 두 영역을 충실히 채운다. 이 세 가지 일을 늘 마음에 두고 하느님을 가장 중심에 두고 사랑을 바치면서 나아가 주변에서 다가오는 이들을 사랑으로 대해야 할 것이다.
도착해서 이튿날 바로 해야 하는 미사의 강론이다. 하느님이 날더러 하시는 말씀같아서 더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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