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1주 수요일
"표징을 보이시오!"
소위 거룩하다는 사람 앞에서, 하느님을 안다고 알려진 이들 앞에서
세상 사람들이 내세우는 조건입니다.
교회가 성인품에 올리는 이들에게서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도
이런 류의 표징입니다.
알 수 없는 치유, 기이한 현상,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런 표징을 찾아왔고,
여전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표징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과연 이런 표징을 본 이들이 일순간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릴까요?
사탕 맛에 길들여진 이들이 어느 날 쓴 약이 좋다는 표징을 보고는
그때부터는 쓴 약을 좋아하게 될까요???
파티마의 기적이 세상을 모두 바꾸었을까요?
오상의 비오 신부님의 피가 세상을 바꾸었나요?
루르드의 샘물이 모든 걸 뒤바꾸기라도 했나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분명히 '경고'를 하시니
이 악한 세대가 받게 될 표징은 요나의 표징 뿐이라는 것입니다.
저 사악하던 니네베 사람들의 행실 앞에 나선 요나 예언자의 외침,
이들이 받게 될 것은 이 표징 뿐일 것입니다.
요나 예언자의 부르짖음은 사람들의 속에 들어있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원래 사탕을 좋아했던 것인지,
아니면 치유 받고 싶음에도 쓴 약을 발견할 수 없어서 사탕이나 맛보고 있었던 것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표징을 요구하여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십시오.'
광야에서 예수님께서 받으셨던 마지막 유혹을 잊지 마십시오.
우리가 할 수 있는 신앙생활의 여건은 이미 갖추어져 있습니다.
표징의 유무가 우리 신앙의 핵심을 가르지는 못합니다.
아니, 다르게 표현해서 이미 필요한 표징은 모두 받았습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 분입니다.
다른 표징은 없을 것이니,
여러분은 다만 그분의 삶과 그분의 말씀을 통해서
여러분 스스로 속내를 더욱 분명히 하십시오.
그분의 말씀을 쌍날칼과 같이 사람 속에 들어있는 것을 분명히 갈라내게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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