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후 목요일
세상을 통해서 자신을 찾으려는 사람이 많다.
이들이 주로 쓰는 방법은,
"내가 가진 것을 드러내기"이다.
이 종류는 참으로 다양한데,
내가 가진 돈, 내가 가진 남편, 내가 가진 자식들,
내가 가진 명예, 내가 가진 특정 상품, 내가 가진 학벌,
내가 가진 지식, 내가 가진 취미, 내가 가진 재능…
뭐 손으로 꼽자면 수도 없이 나올 수도 있다.
이들은 이러한 것들이 나 자신을 규정하는 듯이
이러한 것들을 얻기 위해 안달을 한다.
이든 저든 대상화하고 객관화해서 '나의 소유'로 삼을 수 있는 것이면
뭐든 이 대상에 들어간다.
심지어는 이런 것도 있다.
내가 바치는 기도, 내가 드리는 정성,
내가 가진 덕목, 내가 지닌 열성,
내가 지닌 신심, 내가 지닌 체험…
이 또한 앞서의 것들의 업그레이드판일 뿐, 결국은 똑같은 이야기이다.
나 자신은 '내가 가진' 시리즈 중의 하나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은 나 자신일 뿐이다.
하느님께서 창조한 고유한 모습 그대로의 나 자신이 바로 나이다.
그 '나'라는 존재는 '내가 가진 소유물'로 더 꾸미거나 더 천해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라는 그 자체로 하느님 앞에 소중할 뿐인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 '나'를 '내가 가진 것'으로 꾸며 보려고 기를 쓴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루카 9,23-25)
자신을 버리라는 말, 제 십자가를 지라는 말은,
우리가 소유하려는 나 자신에게 부속된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께서 선사하시는 나 자신의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얻을 수 있는 건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나 자신일 뿐이고
그 그릇에 합당하게 약속된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의 약속이다.
오늘도 저마다 자신이 '가진' 것으로 자기를 꾸미려는 이들 가운데에서
나는 하느님을 믿고 그저 나 자신의 모습을 간직하며 그분의 십자가를 지고자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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