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2주 수요일
꼬마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이들을 정말 천진난만하게 자신들이 아는 직업들을 다 쏟아 놓습니다.
'의사요! 목수요! 신부님이요! 수녀님이요! 선생님이요! 판사요!…'
하지만 이 귀여운 꼬마들이 이 순간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사회적으로 드러난 외견일 뿐
그들의 진정한 본 모습을 알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컨대 의사가 되는 것이 엄청난 학업의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실습 과정들을 거쳐야 하고
결국 사람을 도우러 일하면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끊임없이 지탄받기 일쑤인 줄을 안다면
누구든 감히 그런 직업을 바래 왔다고 쉽사리 청할 수는 없을 것이 뻔합니다.
오늘 이런 천진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있으니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입니다.
사실 어머니는 자신이 무엇을 청하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군중들이 따라 다니면서 떠받드는 예수님의 모습이 좋아 보였을 뿐
그분의 수난과 죽음에 대해서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흔히 하느님에게 '가까이 가고 싶다'고 청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의미를 올바로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털어버릴 때에야 그 일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그저 우리 중의 일부의 조금이 아니라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가능하다는 것을
과연 우리 중의 얼마나 깨닫고 있을까요?
죄라는 것은 하느님에게서 멀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근본의 방향은 하느님께로 향해 두고는
여전히 세상을 흘끗 흘끗 흘겨보고 있으니
이 어리석음은 언제쯤 그쳐지게 될까요?
하지만 제베대오의 두 아들은 예수님의 잔을 나누어 마시게 됩니다.
이는 그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한 긍정의 '네'라는 대답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신앙인'으로 부름받은 자들이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막중한 임무인지 모르는 이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 같은 응답을 따라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라고 묻고 계시고
우리는 서슴없이 "예!"라고 응답합니다.
그분의 잔을 나누어 마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던 것 마저도 내려놓기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응답은 여전히 유효하니,
여러분에게 시련이 닥칠 때에 여러분이 굳건히 대답한 그 응답을 기억하십시오.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혼자가 아닙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와 늘 언제나 함께 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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