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하느님의 양 떼를 잘 치십시오. 그들을 돌보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진해서 하십시오.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 하지 말고 열성으로 하십시오. 여러분에게 맡겨진 이들을 위에서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양 떼의 모범이 되십시오.
우리는 오늘 제1독서에서 보석과 같은 구절을 발견합니다.
바로 베드로 사도의 사목 지침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구절입니다.
참으로 단순한 내용으로 3가지 뿐입니다.
- 자진해서 돌보기(억지로 하지 말기)
- 열성으로 하기(부정한 이익을 탐내지 말기)
- 모범이 되기(지배하려 하지 말기)
먼저 긍정적인 부분부터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의 사목은 '자진'해서 해야 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과연 우리가 하는 일들 가운데 과연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있었던 걸까요?
예컨대 저는 '볼리비아'라는 곳은 알지도 못했습니다.
스페인어는 말할 것도 없었지요.
헌데 이 일을 제가 '자진'해서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가장 근본적인 '동의'를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일에 내가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가장 근본의 동의가 우리 사제들에게 요구된다는 것이니
우리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
그리고 그분의 대리자가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에 '순명'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사목자의 가장 으뜸가는 것은 바로 이것, 하느님에게의 순명이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정해주신 합당한 권위를 가진 이에게 순명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열성'입니다.
열성이 의미하는 바는, 그 본래의 가치 그대로의 목적에 마음을 두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사목자가 하는 일의 가장 근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사랑'입니다.
이든 저든 우리는 사랑을 위해서 마음을 쓰고 사랑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이 사랑에로 방향 지워져야 하고
이 사랑을 더욱 불태우기 위한 노력이 되어야 합니다.
기도도, 성체조배도, 성경읽기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것들에 사랑이 깃들지 않고 무미건조해지고 일상화되면
우리는 다시 근본을 찾아서 떠나야 합니다.
그 어떤 활동이나 행위도 '사랑'을 앞서가거나 사랑 없이 이루어져서는 안됩니다.
참으로 어려운 말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 우리가 하는 일들을 분별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합니다.
베드로 사도의 두 번째 권고는 '사랑'에의 권고입니다.
많이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세번째는 '모범'입니다.
이는 '실천'으로 대변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모범을 보인다면서 말로만 하고 그 말을 지키는 실천이 없다면
그 누구도 그것을 모범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도리어 위선으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를 위해서 내어주라 했으면 우리 스스로 내어 주어야 할 노릇입니다.
용서하라고 하면 우리부터 용서해야 합니다.
허물을 들추지 말고 덮어주라고 한다면 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말하는 바를 먼저 살아야 할 터이니
그래야 우리가 이끄는 신자들이 우리가 먼저 걸어놓은 발자욱을 따라 걸어올 것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참으로 힘든 모습이기도 합니다.
제일 앞에서 모든 고난과 수모를 다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십시오.
우리가 걷는 길은 이미 우리 주님께서 먼저 걸으신 길이니까요.
우리 역시도 그저 주님의 뒤를 따르는 것 뿐입니다.
이런 반면,
정 반대의 인물들이 있으니
베드로 사도가 표현한 그대로,
억지로 하고, 이익을 탐내서 하고, 지배하려 드는 사목자들입니다.
오, 이들이 훗날에 겪어야 할 영원한 징벌의 잔을 이들은 상상이나 하고 있을까요?
오히려 사목자가 되지 않았다면 제 영혼 하나라도 구했을 것을
이들은 자신의 영혼과 더불어 그 사목자를 바라보는 이들의 영혼도 어둠으로 이끌어갑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에는 귀를 기울일 생각도 없고,
합당한 권위자에 의해서 명령되어 지는 것들도 과감히 무시해 버리며,
다른 목적들, 돈벌이, 명예심에 이끌려 이런 저런 인간적인 것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나아가 자신의 밑에 있는 양들에게 온통 말뿐인 삶으로 오로지 지배하려고 드는 이들…
그야말로 이들은 남에게 큰 짐을 지우고 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려는 이들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간절히 부탁을 드리니
행여 이렇게 보이는 사목자를 마주한다 하더라도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여러분들에게 유익합니다.
그 사목자가 훗날 다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와 이루어낼 수 있는 일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존경으로 우리들을 보살피는 사목자들을 대하고 그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그것이 여러분들에게 바라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판단은 오직 하느님에게 맡겨 주십시오.
우리들의 서투른 판단은 언제나 일을 그르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하느님 앞에 내어바칠 우리의 '사랑'이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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