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5주 화요일
하느님의 법과 인간의 전통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입니다.
하느님의 법은 변함이 없는 것이고 인간의 전통은 언젠가는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법의 가장 근본은 '사랑'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인간을 향한 사랑이 하느님의 법의 근간입니다.
인간의 전통은 하느님의 이러한 뜻을 잘 이루어내기 위해서
그때의 상황과 문화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마차를 쓰던 시절에는 마차를 수리하는 방법이 필요했고,
자동차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자동차를 수리하는 방법이 필요한 법입니다.
마차를 쓰는 시대에 생기지도 않은 자동차를 수리하는 방법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자동차가 나온 시대에 있지도 않은 마차를 수리하는 방법은 소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고장나면 수리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인간들이 만든 전통을 꼼꼼하게 챙기느라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법에 관해서 점점 잊어가는 느낌입니다.
무언가를 이루는 방법에 치중해서 그 일을 해야 하는 근본 이유를 잊어버리는 꼴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의 전통을 지키려는 많은 이들 가운데에는
자기 자신은 하느님의 뜻에 따른다고 착각하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신학교 시절 '대침묵'이라는 규정이 있었고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었으니
신학생들이 하느님과 만나는 시간을 위해서
또한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이 시간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를 지키지 않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을 얼마만한 증오와 경멸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는지 모릅니다.
이는 명백히 하느님의 법인 '사랑'을 어기는 행위였음에도,
정작 나 자신은 대침묵을 잘 지킨다는 생각 속에서
오직 다른 친구들을 비난하려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상태였는지요.
하지만 나는 그 당시 그걸 깨달을 능력이 없었고,
한동안 그런 마음을 지니고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런 마음이 사라지게 되었을 때는
바로 나 자신이 대침묵을 피치 못하게 어기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사람들은 많이 쓰러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비로소 '겸손'이라는 싹이 자라기 때문입니다.
매일매일 모든 일에서 성공만을 이루는 사람은
도리어 영적으로는 굉장히 위험한 상태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수많은 행위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행여 인간적인 규정에 집착해서
보다 본질적인 하느님의 법을 어기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루카 7장 6-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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