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미국 댈러스까지 총 11시간 20분간의 비행이었다. 주변엔 온통 일본 사람들이 가득해서 다행히 들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 속에서 정신은 조용히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통로쪽에 자리가 나서 비행기 안에서 화장실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촌놈이라 맨날 창가에 앉아서 밖에 보는 걸 좋아했는데 몇 번 여행을 다녀보니 장거리 비행기 여행에서 좌석은 통로쪽이 훨씬 낫다. 물론 안쪽에 앉은 사람이 요실금이 있거나 해서 자주 들락거리면 도리어 낭패긴 하지만… 원할 때 화장실을 나설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한국에서는 벌써 잠들었어야 할 시간에 깨어 있으려니 몸이 좀 힘들어하는 것 같다. 아직 탑승까지 꽤나 시간이 남았다. 지금 현지 시간은 9시 50분인데 탑승시각은 오후 5시니까… 7시간을 기다려야 하는군. 다행히 무료 와이파이가 된다. ATT 통신회사에 감사. 그나마 이번 여행 동안에는 크게 몸이 상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살짝 위가 아리긴 하지만… 처음 볼리비아에 가던 때가 기억이 난다. 마이애미에 도착할때만 해도 대한한공에서 따로 대기실을 마련하여 기다리게 해서 한국사람이 그럭저럭 있었는데 브라질 상파울로 공항에 도착하니 외국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정말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 이곳 댈러스 공항에서 주변에 온통 외국사람들 천지인데도 크게 어색한 느낌이 없는 걸 보면 나도 꽤나 외국 여행에 적응을 했나보다. 어릴 때 아버지가 유럽 출장을 다녀올 때면 과연 외국 여행이라는 건 도대체 어떤 걸까 궁금해하고 아버지가 가지고 오는 외국 물건들이 신기하고 했었는데, 막상 내가 이렇게 다녀보니… 외국여행 비추(추천하지 않는다는 은어)다. 그저 국내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가서 잠시 쉬다 오는 게 훨 낫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은 진리다. 돌아가자마자 일이 기다리고 있다. 김대식 신부가 교사피정 강의 하기로 한 걸 상기시켜 주었다. 이거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잘 모르겠지만, 일이 있다는 건 행복한 거겠지. 여기까지 오는데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소품집을 거의 다 읽었다. 뒷부분에 교사들에게 할 강의를 휘갈겨 놓았다. 모쪼록 당일날 기억이 나기를 바랄 뿐이다. 거의 다 읽은 책의 마지막 부분을 조금 남기고 짐을 찾은 김에 캐리어에 넣어 부쳐 버리고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의 신심생활입문 책을 꺼내서 손가방에 넣었다. 장거리 환승 외국 여행 하시는 분들에게 하나의 팁으로 말씀 드리면, 국제선 간에는 캐리어를 이송시켜주는 것이 일반이다. 그러니까 <한국 - 일본 - 미국> 식이면 최종 목적지인 미국에서 짐을 찾으면 되고, 거기서 한 번 더 옮겨가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 중간에 국내선이 끼어 있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의 경우 <한국 - 일본 - 미국 - 미국 - 볼리비아>이니까 <미국 - 미국>의 사이에 반드시 짐을 찾았다가 다시 부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항공사인 경우에 국내선 국제선이 연결된 경우는 마지막 목적지에서 짐을 찾으면 된다. 기본은 이렇게 알고 계시되 '항상' 직원에게 문의해야 한다. 나중에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물론 비행기에서 줄구장창 방송으로 설명을 해 주긴 하지만 누가 그거 관심있게 보는 사람이 있나 어디… ㅎㅎㅎ 미국은 출입국이 좀 까다로운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참 '겁쟁이'들이라고 생각한다. 하긴 주변 약소국에 돈벌려고 무기란 무기는 다 팔고 나쁜짓은 잔뜩 해 놓았으니 겁이 날 수 밖에 없겠지. 야튼 입국과 출국에서 외국 사람이면 성가신 일을 당하기 쉽다. 하지만 다행이 이번 미국 입국에서는 큰 문제는 없었다. 만료된 구 여권에 있는 미국 비자 유효기간도 남아있고, 제작년에 인터넷으로 ESTA 신청(https://esta.cbp.dhs.gov/esta/)을 해 두어서(유효기간 2년) 새로이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참고로 한국은 전자여권으로 변화된 이후에 인터넷에 들어가서 ESTA신청을 하고 20달러 정도를 신용카드로 지불을 하면 미국 출입국에 따로 비자가 필요가 없다. 영어가 좀 되시는 분은 신용카드 준비해서 위의 사이트에 들어가서 직접 신청하시면 된다. 잘 모르겠으면 인터넷으로 한국 블로그에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는 사이트도 많다. 이번 입국에도 이민국 통과 전에 한 아줌마가 내 한국 여권을 보더니 "Are you ESTA?"(니 '에스타'가?)라고 물어서 "What?"(뭐라꼬?)이라고 쿨하게 한 번 대답해주고는 가로늦게 "Yeh."(어)라고 해 주었더니 별 무리가 없었다. 이민국에서는 내 직업을 묻길래 '가톨릭 신부다'라고 했더니 스페인어 아냐고 묻는다. '어, 스페인어가 더 편하다.'라고 스페인어로 대답해 주었더니 본인도 히스패닉계인지 스페인어로 '니 그라마 디비노 니뇨(거룩한 아기:남미의 아기 예수님 신심) 잘 알겠네?'라고 묻는다. '어, 신심따라 다른데 볼리비아에서는 비르헨 데 우르꾸삐냐하고 비르헨 데 꼬또까가 더 유명하다.'라고 하니 별로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고 이민국을 금새 통과했다. 짐을 찾고 음식물이 없냐고 물어보는 검사관에게 '엄따'라고 대답하니 '통과'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다시 출항 게이트로 나가기 위해서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신발은 상관없는데 여기서는 신발도 벗어야 했고, 금속 탐지기도 희한하게 생겨서는 발모양 위에 서서 손을 들어올리면 좌우의 기둥이 90도로 회전하면서 몸을 한 번 훑는다. 그것도 부족해서 나오면서 한 남자가 장갑을 끼고 몸을 더듬으려고 기다린다. 역시 겁쟁이들이다. 출항 게이트에 들어서서 이송 열차를 타고 C터미널로 왔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게이트 지정이 되지 않아 두리번 거리면서 가게들을 구경하는데, 이 글을 쓰는 이제사 깨닫는다. 여긴 국내선이라서… 면세품점이 없는 거구나. 헐… 어쩐지. Best Buy가격으로 전자제품을 파는 자판기에 마석진 신부가 부탁한 멀티 어댑터가 보이길래 선택을 하고 카드를 긁었는데 카드가 안 먹는다. 한 두서너번 해 보다가 '에이 치아삐라'하고는 근처 가게에 가서 샀다. 좋아 보여서 2개 샀다. 나도 여행 다닐 때 챙기고 다녀야지. 국제적으로 놀다보니 이게 꼭 필요한 것 같다. 지금 쓰는 노트북도 아까 산 아답터에 연결해서 충전 중이다. 몸이 피곤하다고 고함치는 것 같다. 위가 바짝 조여들어 긴장된 상태인 게 느껴진다. 그나마 오면서 비행기 안에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장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건 어쩔 수 없이 몸에 무리를 주는 모양이다. 맥도날드도 있고 먹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지금 먹었다간 큰일날 것 같다. 마이애미까지는 얼마 걸리진 않고, 마이애미에서 산타 크루즈까지가 또 장거리다. 다음 정기휴가때는 미친척하고 걍 퍼스트 클래스를 끊어 버릴까? 하는 정신나간 생각을 해 본다. ㅎㅎㅎ 잠이 와서 그런게지… 책이나 읽어야겠다. 이 글 쓰는데 40분 지났네… 오전 10시 반이다. 한국은 벌써 다음날 새벽 1시 반이군. 모두들 안녕히 주무시길.
- 성체를 손으로 모시는 게 신성모독이라는데 사실인가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습니다. 일단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체를 입으로 직접 받아 모셔왔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주님의 수난 만찬때에 제자들과 모여 함께 나눈 빵을 제자들이 무릎을 꿇고 입만 벌리고 받아 모셨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손으로 빵을 받아서 나누어 옆의 동료들에게 나누어가며 먹었습니다. 하지만 성체에 대한 공경이 날이 갈수록 더해 감에 따라 부스러기 하나라도 흘리지 않으려는 극진한 공경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제단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입을 벌리고 받아모시게 한 것이지요. 그러다가 신자들의 수가 너무 많아지고 또 입으로 모시다가 자꾸 사제의 손에 침이 발리니 위생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손으로 받아 모시게 한 것입니다. 사실 한국과 같은 곳은 입으로 받아 모시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거의 전부가 손으로 받아 모십니다. - 그럼 그런 표현을 하는 사람은 왜 그러는 건가요? - 제가 보았을 때에는 성체에 대한 극진한 존경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성체를 공경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좋지만 손으로 모시는 사람을 잘못되었다고 할 필요는 없지요. 여기서는(볼리비아에서는) 입으로 모시는 사람과 손으로 모시는 사람의 두 부류가 있고 둘 다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입으로 모시는 이들의 혀가 제 손에 자꾸만 닿는 것은 분명히 사실이고 이는 굉장히 비위생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입으로 모시는 것이 성체를 흘리고 떨어뜨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모시는 것이 보다 안정적이지요. 다만 손으로 모실 때에는 미사 전에 손을 깨끗이 씻고 왼손 아래에 오른손을 받치는 올바른 자세를 갖추고 왼손으로 성체를 받아 뒤의 사람이 앞으로 나와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옆으로 살짝 비켜나서 성체를 모셔야 합니다. 성체를 모시고 나서 손에 남은 부스러기를 함부로 다루지 말고 입으로 가져가서 혓바닥으로 깨끗이 처리할 필요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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