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정신이 조금 드는가 싶습니다. 하지만 아직 첫 번째 주일미사도 드리지 않았습니다. 시차적응은 여전히 하지 못해서 오후 시간에는 거의 곯아 떨어지기가 일쑤입니다. 하지만 체력은 많이 회복되었고 먹기도 잘 먹습니다. 아래께와 어제 이틀에 걸쳐서 교리교사 교육을 했습니다. 첫날은 교리교사의 근본에 대해서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했고, 어제는 '성사, 미사, 성경'등을 가르쳤습니다(참고로 어제 남긴 '성사' 강의록은 미완성입니다. 오후에 잠에 빠진 후 일어나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강의록을 완성시키지 못했습니다.) 참석한 교리교사들은 약 40명 가량 되는데 나이 지긋한 아저씨부터 앳되어 보이는 청년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각 시골 공소에서도 버스를 타고 와서 교리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참 보기에 좋았습니다. 사실 다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인지라 아무런 사심없이 모두를 대할 수가 있었고 모두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고 나면 느낌이 달라지겠지요. 하하하. 개 중에는 속을 많이 썩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너무나 이쁜 친구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모두들 평범하게 보일 뿐이라서 그들을 대하는 마음이 너무 편안합니다.
강의가 끝나고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서 고기파티를 했습니다. 본당 총회장님이 석쇠를 가져와서는 열심히 고기를 구워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한국이라면 상상을 못할 일이겠지요. 어디 고귀하신 총회장님께서 고기나 굽고 있겠습니까? 청년회에 시켰겠지요. ㅎㅎㅎ). 구운 고기, 소세지 하나, 삶은 유까, 치즈밥 정도의 지극히 소박한 차림이었지만 너무너무 맛있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는 교리교사들이 준비한 간단한 환영식도 있었습니다. '요셉 신부님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환영 플랜카드를 놓고는, 한 아주머니 교사가 환영의 의미를 지닌 기도문을 바치고, 성가대 반주자가 노래를 부르고, 총회장님이 인사를 하시고, 한 그룹이 산타 크루즈 전통 복장을 하고 춤을 추면서 한 청년 교사가 나를 이끌어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사실 이런 춤추는 건 상당히 수줍어 하는데 첫날부터 이렇게 열심히 준비한 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습니다. 제가 같이 참여해서 춤을 추니 다들 좋아 하더군요.) 케이크도 준비를 해서 초를 하나 키고는 절더러 촛불을 끄라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이 동네 풍습대로 한 입을 베어 물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뒷통수를 살짝 밀어 코에 크림이 묻었습니다. 사무일을 보는 애가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찍어 주는데, 미처 사진을 못 찍었다며 다시 베어 물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ㅋ
요즘은 새벽 3시면 잠을 깹니다. 새벽녘엔 다행히 시원해서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여름 시기인데 낮이 되면 어찌나 더워지는지 건물이 달아올라서 따로 사우나나 찜질방을 갈 필요가 없습니다. 모쪼록 이 더위가 내 칼로리를 몽땅 태워 버렸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그럴 리가 만무하겠지요. ㅎㅎ
어제는 함께 사는 신부님들과 시내 나들이를 갔습니다. 아침부터 전기가 끊기고 물도 끊겨버려서 집에서는 '인내력 기르기' 밖에는 할 것이 없었기에 시내에 환전을 하러 갔습니다. 교구청에 들러서 본당 앞으로 온 공문들을 챙겨오고, 우체국에 가서 우편물을 찾고, 간단히 쇼핑도 하고, 커피숍에 가서 차를 한 잔 한 뒤에 근처에 있는 새로 생긴 버거킹에 가서 와퍼 세트를 먹었습니다.(정말 맛있었습니다. ㅎㅎㅎ) 돌아오면서 통신회사에 들러 급한대로 휴대폰도 개통을 했습니다. 새로 발령을 받아 온 곳은 지난 번 본당보다는 시내와 거리가 좀 있어서 앞으로는 한 번 나올 때 필요한 일들을 잘 준비해서 한 번에 끝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근처에 사는 닭들이 마구마구 울어 대는군요. 동이 트려나 봅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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